7월부터 소더비 전시회에 공개될 예정인 케라토사우루스 표본. Matthew Sherman/Sotheby's 제공
1억5000만 년 전 중생대에 살았던 육식 공룡 '케라토사우루스'의 화석으로 만든 표본이 오는 7월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 이번 경매에서 과학적 가치가 높은 화석이 최대 600만 달러(약 82억 원)의 고가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화석 시장이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7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 나오는 화석은 어린 케라토사우루스의 것이다. 출품 전까지 미국 유타주 ‘고생물 생명의 박물관에 보관됐다. 고생물 생명의 박물관에서 전시 작업에 참여했던 고생물학자 맷 시슨은 이후 '고생물 기업'인 ‘포실로직’을 설립했고 2024년 이 화석을 박물관으로부터 사들였다. 구체적인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맥케이 크리스텐슨 박물관 최고경영자(CEO)는 "화석 판매는 이사회 만장일치로 결정됐으며 수익은 박물관 유지와 교육, 소장품 보존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더비 경매 측은 이번에 팔리는 표본이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개체”라며 학술적 가치도 높게 평가했다. 소더비 경매의 과학·자연사 부문 부대표 카산드라 해튼은 “박물관이 공공 고생물 수장기관 자격을 갖추지 못해 해당 화석은 공식적으로 기술되거나 연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튼은 과거 시카고 필드박물관에 낙찰된 티라노사우루스 ‘수’의 화석,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대여된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의 화석 사례를 들며 “공공 신탁으로 이전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슨과 그의 팀은 화석을 공룡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3차원(3D) 프린팅과 조각 기술을 활용해 부족한 부위를 채웠다. 이렇게 제작된 표본에 사용된 실제 화석은 금속 이음새에 고정해 분리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향후 연구 활용성을 높이고 보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발굴 당시의 기록과 시슨의 복원 과정이 포함된 서류도 함께 제공된다.
학계 일부에선 공공기관의 화석이 사적으로 이전된 데 대해 우려가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경매가 ‘에이펙스 효과’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이펙스’ 화석의 고가 낙찰 이후 화석이 발견되는 토지의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학계와 고생물학자 모두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안드레 루잔 응용고생물학협회 회장은 “토지 소유주들이 화석 가격 상승만 보고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화석을 투자 자산으로 홍보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2023년 12월에는 와이오밍주에서 발굴된 스테고사우루스 화석에 대해 발굴업체가 지분 80%를 보유한 채 나머지를 일반 투자자에게 275만 달러(약 37억원)에 판매한 사례도 있다. 루잔회장은 “화석 판매가 상업적으로 이뤄질 수는 있으나 지분 선매 방식은 투기 심리를 자극해 결국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카스 리펠 브라운대 고생물학사 교수는 “박물관 전시 이력, 학술지 게재 여부, 주요 언론 보도 등이 화석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며 고가 경매를 가능케 하는 ‘과잉 기대’ 현상도 문제로 지적했다.
스튜어트 스미다 척추고생물학회 회장은 “이번 케라토사우루스 판매와 같은 경매는 연구자들의 표본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공공 자산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빠져나가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소더비 측은 이에 대해 “기관과 개인 구매자 모두 이 표본에 대한 존중과 감탄을 공유하고 있다”며 경매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화석을 경매에 출품한 시슨은 “박물관에 전시돼 대중이 볼 수 있다면 좋고 열정 있는 개인이 구입해 소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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