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대, 이재명 정부에 '한국형 천인계획' 제안
초우수학부생 매년 40명 뽑아
3년간 9천만원 장학금 지원
해외 우수인재 정원외 편입도
"서울대 10개 만들기 보다는
스탠퍼드대 10개로 눈높여야"
서울대 공과대가 국내 이공계와 산업계가 맞닥뜨린 '브레인 공동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중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1000명의 해외 석학을 유치하기 위해 시행한 '천인(千人) 계획'처럼 한국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는 정부가 '한국형 천인계획'을 가동해 매년 세계적 수준의 공학 인재를 국내로 불러들여야 대학은 물론 산업까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대 공대는 관악캠퍼스 해동첨단공학관에서 '도전·혁신 공학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정책을 새 정부에 제안하기 위해 열린 이번 포럼에는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을 비롯해 신현우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안상일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등 서울대 공대 출신 학자와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대표 발제를 맡은 김영오 학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 눈높이를 높이 잡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같은 세계적 대학 10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학장은 "서울공대는 서울대를 넘어 스탠퍼드대와 같은 세계적 대학을 10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거점 국립대학과 출연연구소가 활성화한다면 우수한 연구력을 갖춘 대학들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복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대학 상향평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분야별 특성화를 통해서 스탠퍼드나 UC버클리처럼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초(超)우수 대학 10개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학장은 이공계 인재 양성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첨단산업 위기는 시장을 선도할 인재가 부족한 탓이 크다"며 "인공지능(AI) 등 초기 경쟁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퍼스트무버(First-mover)'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정부가 한국형 천인계획을 가동해 매년 수천 명의 초우수 인재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최정예 AI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국가AI혁신연구원' 설립 △우수 학부생 40명에게 연간 3000만원씩 지원하는 '엑셀(EXCEL) 프로젝트' △AI 수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산업AI센터' 설립 △3년 이상 기업 근무자가 직접 교육과정을 만드는 '학생설계전공' 신설 등이 꼽혔다.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가AI혁신연구원의 경우 매년 1000여 명의 우수 연구원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서울대 공대는 5년간 최대 1000명의 전임연구원을 선발해 5억~10억원 상당의 초봉과 주택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대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최소 연간 20억원의 연구과제와 국가데이터센터 등 기반을 지원해 전임·초빙·인턴연구원을 단계별로 AI 전문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으로는 탁월한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들을 집중 지원하는 '엑셀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학부생 중 매년 초우수 인재 40명을 선발해 매년 장학금 2000만원과 연구비 1000만원, 지도교수 밀착 지도를 3년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또 해외 대학의 우수 학생을 학년과 무관하게 정원 외로 편입시켜 국내 인재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서울대 공대 측은 "해외 인재의 경우 교수진이 베트남 등 해외를 직접 방문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입학 단계부터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해 명확한 인재상을 길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형 천인계획을 실현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입학 정원도 자유롭게 늘리기 힘들다. 남아공 출신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에서 테슬라를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듯 국내 대학들이 해외 인재들도 적극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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