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저임금 낙인효과 우려"…경영계 "사업 접으란 말과 같아"
6차 회의서 심의 이어가기로…노사, 최저임금 최초요구안 제출 예정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근로자위원이 '최저임금 차등반대' 머리띠를 착용하고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25.6.1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단일 적용' 원칙 유지를 강조한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를 근거로 '구분 적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충돌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9일 열릴 제6차 전원회의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노사 양측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두고 서로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차별의 제도화'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38년간 유지해 온 단일 적용 원칙이 기본원칙으로서 왜 지켜져 왔는지를 돌이켜 숙고해보길 바란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의 낙인찍기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인력난의 가중 업종·산업별 공동화 및 취업 기피 등으로 대표되는 부작용이 매우 우려되는 일로 우리 사회 저변에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류 사무총장은 "정부와 사용주가 해결할 의지와 노력도 보이지 않는 한, 노동계는 일말의 여지도 없는 반대 입장이라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밝힌다"며 "여전히 생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적용받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의 피폐함이 가중되는 연쇄적인 고리를 올해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플랫폼의 알고리즘 관리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사실상 지휘·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오분류되어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생존을 걸고 끓여내는 가마솥인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원재료보다 엉뚱한 논리, 왜곡된 통계, 책임 회피의 말들이 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차별과 사각지대 해소는 이재명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책무"라며 "그 어떤 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에서 제외될 수 없다. 지역별, 업종별, 세대별로 나누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의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섭 근로자위원과 류기정 사용자위원(오른쪽)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참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6.1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라며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미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1만 2000원을 넘는다. 이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올해 노동계가 요구한 1만 1500원은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1만 3800원에 달해 사실상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최저임금제도의 실효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구분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취약계층 생활 수준 보장이라는 측변에서는 저임금 근로자나 낮은 이윤을 창출한 사용자가 동일한 처지에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정부에 취약 사업주의 최저이윤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만큼, 낮은 임금 지불 능력에 상응하는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계가 주장한 차등적용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간이과세나 고용·산재보험 등 다른 정부정책은 업종별 특성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차등이 낙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헌법도 상대적 평등 원칙을 얘기하고 있는데, 현실적 여건을 무시하고 일률적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형식적 평등에 치우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은 해외 사례를 둘러싸고도 팽팽히 맞섰다. 노동계는 "해외 차등 적용은 상향식"이라며 "ILO(국제노동기구) 역시 높은 지불능력을 가진 업종에 더 높은 임금을 적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지불능력은 낮다"며 "하향식 구분 적용도 제도적 필요성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이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임위는 오는 19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경영계는 이날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인재 위원장은 2026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의 최초제시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11일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 1500원(월 환산 240만 3500원)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1만 30원보다 14.7% 인상된 수준이다. 경영계는 소상공인들의 경영난 및 지불능력 한계 등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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