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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개최된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에서 모인 쓰레기들. 폐타이어와 TV, 공기청정기 등 대형 쓰레기가 눈에 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걸 대체 누가 버린 거야?”

언뜻 봐도 수백㎏은 나가 보이는 쓰레기 더미. 바람 빠진 폐타이어에 부서진 공기청정기, 깨진 TV와 거울까지.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놀라운 점은 이 쓰레기들을 단 하루 만에, 그것도 강원도 영월의 산지를 걸으며 주웠다는 것.

굳이, 산에까지 이걸 버리는 이들이 있다. 믿기 힘들지만, 그게 현실이다.

산지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산림 생태계 파괴는 물론, 수질 오염과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 산불 발생 시에는 불을 번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에 참가한 이다온(13) 씨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14일 친환경 산행을 추구하는 이들의 모임 ‘클린하이커스’는 강원도 영월에서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를 개최했다. 강원도 영월의 산과 강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통해, 친환경 실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취지다.

이날 오전 영월의 인적은 드물었다. 장마철이 시작되며 비가 내렸기 때문. 하지만 영월읍 영월관광센터는 ‘쓰레기줍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이들로 붐볐다. 참가자들은 ‘친환경’을 상징하는 초록색 옷을 입고 집게와 마대를 챙기는 등 각자 방식대로 ‘쓰레기 줍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최 측이 사전 설명을 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총 참가인원은 약 100여명에 달했다. 가족·연인·친구 등 다양한 그룹이 모였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 않은 아이부터 중년 남녀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이들은 여행을 떠나는 듯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주최 측의 사전 설명을 들었다.

이날의 목표는 총 500kg의 쓰레기를 채우는 것. 참가자들은 곧 18개 팀으로 나눠 정해진 코스에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정해진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게 다가 아니었다. 주최 측이 중간중간 게임과 이벤트를 마련해, 각종 흥미 요소를 더했기 때문이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 코스 기점에 QR코드가 표시된 종이가 걸려 있다.[클린하이커스 제공]

우선 각 팀은 QR코드를 통해 목적지를 전달받았다. 이후 기점에 도착하면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는 QR코드를 찾아야 했다. 각 팀은 QR코드를 먼저 찾기 위해 서로를 의식하며 걸음을 서두르기도 했다. 곳곳에 숨어 있던 QR코드를 찾은 참가자들은 “찾았다”고 외치는 등 기쁨을 드러냈다.

기점마다 진행요원도 배치돼, 상황에 맞는 미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 코스 중 하나였던 해발 667m의 발산 정상에는 삿갓을 쓴 NPC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NPC와 사진을 촬영하고, SNS에 올려 향후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추첨권을 받았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 코스 기점에서 NPC 미션을 수행한 참가자들이 추첨권을 뽑고 있다. 김광우 기자.

산행을 시작할 즈음, 비 오는 날씨가 걷히고 해가 떴다. 참가자들은 연신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더운 날씨에 힘겨워했다. 하지만 쓰레기 줍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몇몇 참가자는 맨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산을, 쓰레기 마대를 들고 올라갔다. 정상에서도 쓰레기 줍기는 이어졌다. 생수병 등 등산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적지 않았기 때문.

참가자 민준기(42) 씨는 “오늘 등산을 포함해 10km가까운 거리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평상시에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등산을 하면서도 일회용품보다는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에 참가한 민준기(42) 씨가 발산 정상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김광우 기자.

등산로 입구 등 기점 곳곳에는 주최 측이 마련한 간식과 음료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한 ‘일회용 컵’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각자 챙겨온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마셨다. 주최 측에서 대회 준비물인 우비, 생수, 컵 등을 모두 ‘다회용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줍는 데 이어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 셈이다.

하산 후에는 지역 오일장에서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단순 ‘쓰레기 줍기’ 행사에 그친 게 아니라 지역 상권을 살리는 취지의 활동까지 진행한 것. 참가자들은 팀별로 영월의 명물인 메밀전병, 배추전, 올챙이국수 등으로 식사를 진행했다. 이후 또다시 텀블러를 사용해 음료를 구매했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 참가자들이 강원도 영월 시장에서 식사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오후 5시께 참가자들은 다시금 출발지인 영월관광센터에 모였다. 하지만 시작 때와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100여명의 참가자가 모은 거대한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던 것. 심지어는 가전제품과 같은 거대한 쓰레기들도 적지 않게 모여 있었다. 그런데도 “쓰레기가 더 있었는데 손이 부족해 줍지 못했다”는 등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주최 측은 완주를 기념하며 메달 모양의 친환경 비누를 증정했다. 이후 추첨을 통해 실리콘 다회용기, 화장품 등 친환경 물품들을 나누는 이벤트가 이뤄졌다. 가장 쓰레기를 많이 모은 팀, 가장 큰 쓰레기를 모은 팀 등 각종 분야에 따른 시상식도 이뤄지며, 대부분이 경품을 나눠 가졌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 참가자들이 모은 쓰레기. 한 참가자가 정크아트를 위해 쓰레기를 고르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날 주인공 중 하나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기. 모두의 주목을 받은 최연소 참가자를 데리고 온 김상규(45), 김연실(37) 부부는 “지난 2022년부터 클린하이킹 활동에 참여했었는데, 아이를 낳고 당분간 참여를 못 하다가 오랜만에 찾았다”며 “다 같이 뜻깊은 일을 하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거한 쓰레기를 활용해 ‘정크아트’를 만들고,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순서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서울로 향하는 귀갓길에서도 이날 추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4일 강원도 영월에서 클린하이커스가 주최해 열린 ‘제1회 쓰레기줍기대회’ 참가자들이 정크아트를 만들고 기념 촬여을 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날 또래 친척들과 함께 참가했다는 정민경(29) 씨는 “가족끼리 여름 휴가를 계획하던 중, 다 같이 뜻깊은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평소 의식하지 못한 쓰레기들이 이렇게나 많이 버려질 줄 몰랐고, 앞으로 길을 다니면서도 쓰레기를 주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린하이커스 관계자는 “산이나 길을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에 대해 ‘유별나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적지 않았는데, 결국 좋은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며 “산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클린하이커스’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행사를 주최한 클린하이커스는 클린(clean·깨끗한)과 하이커스(hikers·도보여행자)의 합성어로, 등산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클린하이커스는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을 넘어,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건강한 문화 자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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