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기준금리 연 4.25~4.5% 동결
파월 "관세로 물가 상승, 경제활동 부담"
올 성장률 전망 낮추고, 물가 전망은 상향
관세 불확실성에 "연내 1회 인하" 전망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향후 몇 달 안에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Fed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Fed는 기존대로 연내 두 차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월가에서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통화당국의 정책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면서 올해 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美 Fed, 또 금리 동결…연내 두 차례 인하 전망 유지
Fed는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연 4.25~4.5%로 4연속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포인트로 유지됐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며 "실업률은 낮고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5월 성명서에 담긴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구는 이번에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다"로 수정됐다. 미국이 상호관세 발효를 90일간 유예한 뒤 주요 교역국과 무역 협상에 착수하면서 관세폭탄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전망과 관련해 Fed는 올해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을 유지했다. 이날 공개된 새로운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종전과 같은 3.9%로 제시됐다. 이는 현재 금리인 연 4.25~4.5%에서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을 뜻한다. 다만 올해 금리 동결을 주장한 FOMC 위원은 전체 19명 가운데 7명으로, 지난 3월 4명에서 늘었다.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위원들 간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2026년과 2027년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각각 3.6%, 3.4%로 상향됐다. 지난 3월에는 각각 3.4%, 3.1%였다. 이는 내년과 후년의 금리 인하가 각각 한 차례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Fed는 이번에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봤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기존 1.7%에서 1.4%로 하향 조정됐고 2026년은 0.2%포인트 낮춘 1.6%, 2027년은 기존과 같은 1.8%로 유지했다. 물가 전망도 상향됐다. Fed가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으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8%에서 3.1%로 조정됐다. 2026년과 2027년은 각각 2.4%, 2.1%로 종전 대비 0.2%포인트, 0.1%포인트씩 올라갔다. 공격적인 관세 정책 등으로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Fed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몇 달 안에 관세發 인플레 가능성"…월가선 "연내 1회 인하" 전망도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관세 인상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준다"며 "향후 몇 달 안에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름철을 전후해 관세 영향이 상품 가격에 본격 반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관세 정책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개인용 PC, 시청각 장비 등 일부 품목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세 효과의 규모나 지속 기간, 반영 시점 등 모든 것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관세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은 당분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정책을 조정하기 전 향후 경제 흐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면서 Fed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기 때문이다. Fed가 관망 모드를 취하는 이유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서는 "내 입장에선 복잡하지 않다"며 "FOMC 위원들이 바라는 건 강력한 노동시장과 물가 안정이 조화된 견실한 미국 경제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FOMC에 앞서 파월 의장을 "멍청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아마도 오늘 (금리를) 내리지 않겠지만, 우리는 2%포인트 더 낮춰야 한다"고 압박했다.
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뉴욕증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0.11% 하락했고, S&P500지수는 0.03% 내렸다. 나스닥지수는 0.13% 상승했다. 금리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재개해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60% 넘게 반영하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무역 정책 불확실성으로 Fed가 신중한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 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린시플 에셋 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경제 전망이 여전히 매우 큰 불확실성에 쌓여 Fed가 향후 상황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Fed는 4분기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0.25%포인트 한 차례만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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