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속 애플·삼성 신제품 가격 인상 '촉각'
하이엔드 라인업 중심 전작 대비 10만원 상향 가능성 제기
애플은 브랜드 파워, 삼성은 기술 혁신 앞세워 수요층 공략할 듯
갤럭시 폴드7 예상 이미지.Tom's Guide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상호 관세 시행이 임박하면서 스마트폰 양강의 하반기 생산·판매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전체 생산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삼성 역시 관세 영향권에 놓여있다. 영업이익률이 더 낮은 삼성은 관세 부과 시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이들은 AI 기능 탑재와 디자인 변화 등을 명분으로 신제품 가격을 조정, 관세 리스크를 일부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견고한 브랜드 파워를, 삼성은 AI 기반 혁신을 앞세워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수요층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오는 7월과 9월 프리미엄 신제품 갤럭시 Z 폴드·플립7, 아이폰 17 시리즈를 출시한다.
미 정부의 관세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하반기 제품 가격 정책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해외 생산 스마트폰에 대해 6월 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스마트폰은 애플의 위탁 생산지인 중국, 인도와 한국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지인 인도, 베트남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상호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중국 54%, 베트남 46%, 인도 26%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를 이유로 출범 초부터 관세 인상을 운운하며 주요 제조사에 '메이드 인 USA'를 압박해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폰 수입 규모는 510억 달러(약 70조원)이며, 무역수지는 414억 달러(약 57조원) 적자다. 상당한 규모의 무역적자를 빌미로 트럼프 정부가 관세 부과를 관철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의 스마트폰 생산 여건이 주요 생산국 보다 취약해 제조사들이 수 조원을 들여가며 무리하게 현지 생산 시설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 생산지 이전은 최후의 카드임을 고려할 때 관세 불확실성 속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직접적인 원가 상승 보다는 신기능 추가나 디자인 변화 등 제품 업그레이드를 명분으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생산비용이 증가했으니 소비자에게 인상분을 전가하겠다고 발표하면 판매 역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9~2025년 4월+5월 글로벌 아이폰 실판매 시장점유율ⓒ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플은 아이폰17 라인업 업그레이드를 강조하며 출고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인 'WWDC 2025' 행사에서 애플은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했다. 리퀴드 글래스는 앱, 위젯, 시스템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전반에 걸쳐 유리처럼 투명하고 반사되는 효과를 적용한다. 하드웨어에서는 프레임 소재, 디스플레이 등에 변화를 주며 프로세서에는 A19 칩셋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하이엔드에 속하는 아이폰 17 프로와 프로맥스가 100 달러(13~14만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여기에 초슬림폰 '에어' 모델을 내세워 프리미엄 수요를 추가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본다.
최근 견조한 아이폰 판매는 하반기 애플 가격 정책에 자신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올해 4~5월 두 달간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해당 기간 기준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이다.
성장 동력은 미국과 중국 시장으로 각각 소비자 선구매, 정부 보조금 및 프로모션 등이 주효했다. 이 외에도 일본, 인도에서도 아이폰 16 모델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고정 수요층을 감안하면, 애플은 하이엔드 제품 중심의 가격 인상이 수요 위축 없이 시장에 흡수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수요 확대는 삼성전자에게도 중요 과제다. 삼성은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도 주로 중저가 모델을 대상으로 한 합작생산(JDM) 방식이어서, 애플에 비해 관세로 인한 타격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관세율 차이가 적고 애플 스마트폰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관세 부과로 미국 스마트폰 수요 감소, 중국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 심화 등으로 단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산업연구원 '미국 관세정책이 가전·스마트폰 산업에 끼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산업연구원
이런 상황에서 내놓는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 Z 폴드·플립7'는 관세 여파 속 하반기 수요 흐름을 가늠할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드7의 경우 펼쳤을 때 3.9mm, 접었을 때 8.9mm로 역대 초슬림 디자인 형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프로세스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하고 카메라는 2억 화소 메인 카메라를 적용한다.
플립7도 더 커진 화면에 최신 칩셋을 탑재하며 서클 투 서치, AI 실시간 통·번역, 생성형 AI 사진·영상 편집 등 주요 AI 기능이 대거 적용된다.
하드웨어 변화, AI 기능 확대에도 가격은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IT 팁스터(정보유출자) 판다플래시프로는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이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일부 국가에서만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삼성이 가격 인상 범위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중국 브랜드들의 중저가 공세와 AI폰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으로 역풍을 맞기보다는 오히려 기술 안정성과 완성도를 앞세워 새로운 수요층을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5 라인업 역시 전 제품 가격 동결을 택했다.
애플 보다 약 2개월 앞서 출시한 폴더블폰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경우 삼성은 프리미엄 시장 내 주도권을 거머쥐게 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 갤럭시 Z 폴드7·플립7 언팩 행사는 7월 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스마트폰 외 갤럭시 워치8 시리즈 등 새로운 제품도 함께 공개한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