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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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직장 안에서 서로 시기 질투하는 상황이 염려되는데 오지랖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일도 잘하고 다른 사원들에게 인기도 많은 A가 소신 발언을 했습니다. 편하게 지내면서 신입사원들을 비난하는 상사들을 꼬집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용기도 없고 능력도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말을 A가 시원하게 정리해줘서 좋았고 모두들 A에게 감탄하고 칭찬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B가 A에게 그런 발언을 해 놓고 두렵지 않냐, 괜찮냐는 말을 하는데 그게 질투처럼 느껴져 불편했습니다. B가 다른 잘나가는 동료를 비난하는 것을 예전에 보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전에 저를 시기하고 뒤에서 모함했던 동료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A에게 B를 조심하라고 이야기할지 고민입니다.
A : 동료가 속상함 털어놓으면 솔직한 심정 얘기해줘도 돼
▶▶ 솔루션
각자 삶의 몫이 있으니 내가 피곤하지 않을 정도만 해야 합니다. 소신 발언하는 동료를 응원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과거 다른 잘나가는 동료를 비난했던 B의 모습을 보았기에 더더욱 경계심이 들고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A에게 B를 조심하라고 직접적으로 충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같은 집단에 있으면 나 말고 나머지의 관계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도 둘이 어떤 관계인지를 잘 모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A와 B가 안 좋은 사이라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고, 오히려 내가 위해준다고 한 A를 더욱 괴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A에게 굳이 먼저 이야기할 필요는 없고, A가 이 문제에 대해 나에게 속상함을 털어놓을 때만 내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A의 용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칭찬하고, B와 같은 발언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B가 예전에 했던 행동까지 전달해서 굳이 A를 불안하게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A가 공감을 얻지 못할 발언을 마구 하는 것도 아니고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똑똑할 테니 알아서 잘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건 단순히 오지랖이 아닌 배려의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지랖이 나쁜 점이어서 고쳐야 한다기보다는, 내 상처를 떠올리다 보니, 그 감정을 타인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을 압니다.
내 책임도 아닌 문제를 떠안으려 하면 삶이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끼리의 관계에 개입하기 전에, 정말로 A를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느끼는 불안과 상처를 A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람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누구를 어디까지 챙기고, 어디서부터 내려놓아야 편안할까? 계속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관계들을 챙기느라 진짜 내가 챙겨야 하는 관계에 소홀해져서는 안 되니까요. 그래야 오래도록 주변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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