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이재명 대통령 라면 2000원 발언
상반기 물가 가공식품 인상이 주도
가공식품 10개 중 7개 가격 올라
저가상품 더 오르는 칩인플레이션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고통 커져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뉴시스]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한 발언의 파장이 여전하다. 가공식품 업계에서는 2000원짜리 라면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부랴부랴 색출에 나섰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물가 상승은 라면과 빵, 과자, 냉동식품 같은 가공식품 가격인상이 주도했으며, 저가 상품 가격이 더 많이 올라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고통이 더 컸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라면 발언'이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1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가공식품 73개 품목 가운데 53개 품목의 가격이 인상됐다. 가공식품 10개 중 7개꼴로 가격이 올랐다.
이 때문에 생활물가 상승률에서 가공식품이 기여하는 정도는 지난해 하반기 0.15%포인트에 그쳤던 것이 올해 1월~5월에는 0.34%포인트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올해 상반기 생활물가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인상이 주도했다는 뜻이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생활물가가 오르면 생필품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 물가 고통이 더욱 가중된다. 더욱이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의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까지 겹쳐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팍팍해 졌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실제로 보고서가 인용한 '가격분위별 스캐너 물가지수'를 보면 2019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동일한 품목과 단위 내에서 저가 상품과 고가 상품을 구분해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최고가 상품군(4분위)은 물가지수가 105.6이었으나 최저가 상품군은 116.4에 달해, 칩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저소득층은 저가 상품에 대한 지출비중이 이미 높기 때문에 저가 상품 가격 상승 시 소비대체가 어려워 특히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의 라면 상품 매대. [사진 | 뉴시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OECD 등 주요국과 물가 수준을 비교해보면, 의류·신발(161), 식료품(156), 주거비(123)가 주요국 평균(100)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입고 먹고 사는' 의식주 물가가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 가격 수준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라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목표 수준인 2% 근방에서 움직이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실제 가계에는 체감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하루 전 열린 추경 관련 당정협의에서는 2차 추경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하고 전 국민에게 보편지원되는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을 포함하는 대략의 윤곽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물가고통이 큰 취약계층에게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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