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연 2회 투여만으로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99.9% 예방할 수 있는 주사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먹는 약의 복약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한편, 고가의 약가와 의료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FDA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성분명 레나카파비르)를 승인했다.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 치료제로, 6개월에 한 번 씩 연 2회 투여하면 된다.
다니엘 오데이 길리어드 CEO는 "미국에서만 매주 700건의 신규 확진자와 100건의 HIV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레나카파비르가 HIV 감염병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진행한 두 번의 임상 시험을 통해 예즈투고의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첫 번째 임상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레나카파비르 주사를 맞은 환자의 99.9%는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0명이 넘는 환자 가운데 단 2건의 감염 사례만 발생했다. 또다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시험에서는 참가자자 전원이 HIV에 감염되지 않아, 예방률은 100%로 나타났다.
길리어드 측은 "두 차례의 임상시험 모두에서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경구용 HIV 예방 약물 트루바다의 효과를 뛰어넘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예방 뿐 아니라 HIV 치료제 분야에서도 먹는 약의 단점을 뛰어넘을 주사제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GSK는 최근 연 6회 투여만으로 HIV 관리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주사요법'을 선보였다.
HIV 감염자들은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해 고통이 상당하다. 여기에 약 복용 사실이 드러날까봐 항상 걱정한다. 이를 고려할 때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비용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길리어드의 경우 레나카파비르의 미국 내 약가를 2만8218달러(한화 약 3900만원)로 책정했다. 이는 기존 경구약인 트루바다, 데스코비 등과 비슷한 수준이나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이에 길리어드는 보험 적용 확대와 함께 무보험자를 위한 무료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 메디케이드 등 공공 의료 프로그램의 예산 삭감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HIV 감염인의 약 40%가 메디케이드에 의존하고 있어, 보장 축소 시 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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