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인공 효소가 설계됐다. 화합물의 구성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자들이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효소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 반응의 속도와 생산성을 100배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것보다 정밀하고 효과적인 분자 설계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맞춤형 효소 개발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렐 플라이쉬만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컴퓨터 계산 방식을 활용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효소를 설계 및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에 설계된 효소는 '켐프 제거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켐프 제거 반응은 특정 유기 분자에서 탄소 원자에 결합된 수소 이온을 제거하는 반응이다. 효소 촉매 반응 연구나 인공 효소 개발 실험에서 ‘모델 반응’으로 자주 쓰인다. 자연계에는 켐프 제거 반응을 활발하게 만드는 효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켐프 제거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를 설계하기 위해 기존 자연계에 존재하는 효소의 아미노산 서열 데이터를 분해하고 무작위로 재조합해 가능한 조합을 생성했다. 반응을 활성화하는 에너지와 원자 간 상호작용 등의 요소를 고려해 최적의 효조 구조를 계산했다.
특히 효소 내에서 실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활성 부위에 주목해 새로운 설계를 시도했다. 기존 생화학 이론과 달리 고리형 아미노산 대신 이보다 유연한 비고리형 아미노산을 배치해 입체적 제약을 줄였다. 실제로 반응 효율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최종 설계된 효소는 기존 자연계 효소와 비교해 아미노산 배열이 140개 이상 달랐다. 과거 AI를 활용해 설계된 유사 효소보다 약 100배 높은 반응 효율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 AI 기반 예측 방식과 달리 학습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화학 원리에 기반한 계산화학 접근법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AI 방식은 대규모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학습해 유사 패턴을 예측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반응을 다룰 경우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복적인 실험 검증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컴퓨터 알고리즘은 학습 기반이 아닌 물리적 원리에 기반한 '계산화학' 방식이다. 특정 화학 반응의 분자 구조와 반응 경로를 정밀하게 계산해 효소를 처음부터 설계한다.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 입체적 구조, 전자 분포 등을 고려해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도출한다. 이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반응도 이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설계 정확도가 높아 실험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AI 방식보다 효율성과 실용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번 설계 방식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구현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4-07599-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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