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수·투자 때마다 부인하던 패턴 되풀이
중국 매체 "M&A 없다는 건 주요 인수 전 표준 조치"
중국 광둥성 선전 텐센트 본사 전경. 선전=AFP 연합뉴스
중국 정보기술(IT) 큰손 텐센트의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넥슨 인수설에 대해 텐센트가 여러 차례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 텐센트의 움직임을 봐왔던 게임업계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과거 텐센트가 다른 기업들을 인수할 때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겉으로는 넥슨 인수를 부인하면서도 숨겨진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텐센트가 넥슨 및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시도 중이라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12일 블룸버그 등 외신이 "텐센트가 김정주 넥슨 창업주 유족과 접촉해 NXC1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텐센트가 반복적으로 부인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은 텐센트의 부인이 100%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텐센트는 과거에도 주요 게임사 인수 전까지 "계획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대표적으로 텐센트는 2016년 핀란드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 인수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결국 86억 달러를 들여 인수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블루홀 투자 의혹을 부인했지만 3개월 만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전 세계에 나오면서 사실상 텐센트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선더게임스 등도 비슷한 경로로 텐센트가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넥슨 제공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지에미엔은 17일 "텐센트의 '당분간 인수합병(M&A) 계획 없음' 발언은 주요 인수 전 표준적인 조치가 됐다"고 꼬집었다. 라이엇게임스, 슈퍼셀, 유비소프트 등 거의 모든 주요 인수에 앞서 텐센트가 취하는 패턴이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텐센트가 진정으로 넥슨 인수를 원한다면 결코 정문(공식 경로)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숨겨진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 슈퍼셀 인수 시 사우디아라비아 펀드와의 간접 거래, 유비소프트 인수 시 지식재산권(IP) 자회사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 등과 같은 전략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텐센트가 넥슨과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만큼 넥슨 IP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2015년 '던전앤파이터' 중국 서비스 계약을 시작으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다양한 게임에서 협력해왔다. 이 같은 공동 운영 경험이 텐센트가 넥슨의 자산 가치와 운영 구조를 잘 아는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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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지주사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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