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당 발사 비용, 누리호 3619만원 vs 스페이스X 팰컨9 390만원
우주청, 팰컨9 수준 재사용 발사체 개발로 발사비 대폭 절감 추진
우주수송 비용 낮춰 위성 등 다른 우주 임무 키우는 '선순환' 구축

[보카치카=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십의 로켓 부스터 '슈퍼헤비'가 발사대 메카질라에 역추진해 돌아오고 있다. 2024.10.14.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미국의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9, 스타십 등 '재사용 발사체' 기술의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 우주 선도국들도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중국, 유럽, 러시아, 일본, 인도 등은 2030년 전후로 자체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우주 선도국들이 재사용 발사체에 힘을 쏟는 이유는 단연 비용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업용 재사용 발사체인 팰컨9과 여타 로켓들의 발사 비용은 적어도 수십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이에 우리 우주항공청도 당초 1회성 로켓으로 개발하려던 차세대 발사체의 계획을 수정해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가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현재 운용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보다 탑재체 무게당 소요 비용을 약 26배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1㎏당 우주 발사 비용…누리호 3619만원 vs 재사용 팰컨9 390만원

우주청, 차세대 발사체에 재사용 기술 접목 강조…팰컨9 이상 가성비 목표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항우연 제공) 2023.05.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발사체의 페이로드(탑재 가능 무게)당 비용과 지구저궤도(LEO) 투입성능에서 누리호는 최하위권 수준이다.

누리호는 탑재체 무게 1㎏당 2만6485달러(약 3619만원)가 소요되고, LEO까지 약 3300㎏를 쏘아올릴 수 있다. LEO 투입 최고 성능을 발휘하려면 약 8740만500달러(약 1194억원)가 필요한 셈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스페이스X 팰컨9의 소요 비용은 무게 1㎏당 2857달러(약 390만원)이고 LEO 투입 성능은 1만7500㎏에 달한다. 같은 무게를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이 누리호의 11%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현재 1단부만 재사용되는 팰컨9과 달리 로켓 기체를 모두 재사용하는 우주 여객선으로 개발 중인 '스타십'은 비용이 더 줄어든다. 

스타십 V1은 1㎏당 소요 비용 556달러(약 76만원)에 LEO 투입성능 3만3500㎏, 스타십 V2는 1㎏당 소요 비용 100달러(약 14만원)에 LEO 투입 성능 10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1000만 달러(약 137억원)에 누리호의 최고 성능의 30배를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우주청은 차세대 발사체에 우선적으로 부분 재사용 기술을 적용해 팰컨9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용을 낮추고, 최종적으로는 완전 재사용 기술을 통해 팰컨9보다도 가성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발사체의 경우 1㎏당 소요 비용은 8889달러(약 1215만원), LEO 투입 성능은 1만㎏이었다. 우주청은 여기에 재사용 기술을 접목해 LEO 투입 성능은 소폭 하향하고 비용을 확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계획 중인 재사용 가능 차세대 발사체의 비용·성능은 부분 재사용 기술 접목 시 1㎏당 2500달러(약 342만원), LEO 투입 성능 8000㎏이다. 최종적으로 완전 재사용에 성공하면 1㎏당 무게는 1000달러(약 137만원) 수준으로 낮아지고 LEO 투입 성능은 7000㎏이 된다.

이를 위해 우주청은 재사용 가능 차세대 발사체의 형태를 팰컨9과 유사하게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발사를 위한 연료(추진제)도 기존의 케로신 추진제에서 메탄 추진제로 변경하고, 엔진 배치도 변경한다.

특히 엔진의 경우 기존 차세대 발사체는 1단에 100톤 엔진 5기와 2단에 10톤 엔진 2기를 탑재할 예정이었는데, 재사용 발사체는 팰컨9과 같이 1단에 80톤 엔진 9기, 2단에 80톤 엔진 1기를 탑재하게 된다. 기체 예상 길이도 52m에서 70.8m로 더 길어지고, 직경도 1단 3.8m와 2단 3.3m에서 전(全) 단부 4.2m로 통일된다. 

스페이스X 팰컨9의 '옥타웹' 방식 엔진 배치. 9개의 엔진 가운데 하나의 엔진을 중앙에 두고 나머지 8개를 방사형으로 둘러 배치했다. 9개 엔진의 3열 배치보다 발사체 무게와 길이를 모두 줄이고 엔진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사진=스페이스X) *재판매 및 DB 금지

우주수송 비용 낮춰야 위성 등 다른 임무 키우는 '선순환' 구축 가능

우주청은 이렇게 우주 발사체 발사 비용을 낮출수록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선순환이 구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주청이 집행하는 예산 중 약 30~40% 가량은 우주 발사체 발사를 비롯한 우주수송 분야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의 올해 예산은 9649억원이다. 매년 예산을 약 1조원이라 가정하면 3000억~4000억원이 쓰이는 셈이다.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성공해 우주수송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만 낮춰도 약 2000억원의 예산을 다른 곳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우주청의 기대다. 

가령 우주수송 비용에서 아낀 2000억원을 인공위성 신규 제작에만 투입해도 수십개의 위성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이같이 우주수송 비용을 줄여 다른 우주 미션을 많이 추진하는 메커니즘을 정착시킨 상태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최근 우주 산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동력은 지난 20년 간 우주 수송 비용이 빠르게 하락한 덕분이다. 우주 활용 산업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우주 발사체는 일종의 인프라라고 볼 수 있다. 재사용 기술 등을 통해 이 인프라 비용을 낮춰야 6G 통신이나 우주인터넷처럼 다양한 후속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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