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폭격 성과, 엇갈린 평가
미국의 이란 포르도 핵 기지 공습 전후 모습.아래 사진이 공습후 모습이다. /Maxar Technologies
미국이 지난 22일 이란 지하 핵 시설을 정밀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의 피해 규모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습 직후 백악관 회견에서 이란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 시설이 “완전히, 전적으로 말살됐다(completely and totally obliterated)”고 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초기 전투피해평가(BDA)와 관련, ‘심각한 손상과 파괴(severe damage and destruction)’를 확인했다고 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완전한 파괴’와 다소 차이가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펜타곤이 트럼프의 과장된 성공 주장을 일축했다”며 “이란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23일 다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위성 사진으로 확인하듯 전멸(obliteration)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며 “가장 큰 피해는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했고, 정확히 명중했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포르도 등 지하 시설이 ‘완전 파괴’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상적 기능이 상실된 ‘불능화’ 또는 기능 복구에 상당 시간이 걸리는 ‘무력화’ 단계는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미 우주 위성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포르도 지역 위성 사진을 보면, 산악 지형 전반이 변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또 붕괴의 잔재로 추정되는 회색 먼지가 넓게 퍼진 모습이다. 미군은 포르도 핵 시설에 벙커버스터 GBU-57을 총 12발 투하했다. 그런데 폭탄이 관통한 지점으로 추정되는 구멍은 6개다. 미들버리 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는 “같은 지점을 계속해서 공격해 파고 내려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벙커버스터에 탑재된 GPS 장치로 정밀 유도에 성공, 타격한 지점을 재타격함으로써 관통력과 파괴력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지하 90m에 조성된 시설까지 닿기 위해 한 발이 먼저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으로 정확히 두 번째 GBU-57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또 이번 위성사진과 2009년 촬영된 위성 사진을 보면 폭탄 투하 지점은 원래 환기구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있었던 장소다. 전문가들은 암반 관통을 위해 환기구 등 가장 취약한 부분에 벙커버스터 화력을 집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펜타곤은 작전 개시 전 트럼프에게 “포르도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벙커버스터와 미사일 등으로는 부족하므로 전술핵까지 동원해야 한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 사용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핵심 시설을 선별적으로 붕괴시키는 ‘불능화·무력화’를 작전 목표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프리 루이스는 “핵 시설 내부 전체를 파괴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인명 살상과 시설 파괴에 충분한 충격파 발생이 목표였을 것”이라고 했다.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비행 경로를 완벽하게 은폐한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 기만 전술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1일 0시(미 동부 시각) 미국 미주리주 공군 기지에서 B-2 2개 편대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향해 동시에 발진했다. 미끼(decoy)인 태평양 편대는 상업용 위성 회사들에도 쉽게 감지되는 위성 중계기를 켠 상태였지만, 실제 폭격 임무를 수행할 대서양 편대는 이를 끈 채로 비행했다. 이 때문에 한때 미 일부 매체는 “B-2 편대가 태평양을 횡단해 이란의 동쪽으로 접근, 핵 시설을 타격했다”고 잘못 보도하기도 했다.
CSIS 미사일 방어 전문가인 파트리차 바질치크는 “이란의 방공망이 무력화돼 있었기에 B-2 폭격기가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었다”고 했다. 실제 미군이 자국 영공에 진입했음에도 이란 전투기들은 이륙하지 않았고 방공망도 작동하지 않았다. 다만 미군이 이 같은 고도의 기만 전술을 쓴 것은 트럼프의 과도한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이란이 사전에 각종 대비를 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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