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랠리 속 코인 관련 테마주 주의보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종목 중 13개 '광풍 수준'
카카오페이·미투온 '투자경고'…"추격 매수 자제"
국내 증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테마주 광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가 상승률이 높은 상위 30개 종목 중 절반 가까이가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파악됐다.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한 제도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불과 3주 만에 네 배 가까이 뛴 종목도 있다. 투자심리가 지나치게 과열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2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상장사의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13개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주가 상승률 1위인 게임업체 미투온은 지난 2일 주가가 1877원에 그쳤지만, 대선 이후 289.30% 치솟으며 이날 728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주가 급등으로 23일 거래가 정지됐지만, 이날 거래가 재개되자 9.80% 뛰었다. 최근 이 회사의 자회사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연동된 카지노 게임 플랫폼을 출시한 것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년간 주가가 내리막을 타던 카카오페이도 같은 기간 143.06% 뛰며 공모가(9만원)를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는 20일 주가 급등으로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최근 3거래일간 46.25% 폭등해 이날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 역시 대표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꼽는다.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과 거의 상관없거나 기술 기반이 부족한 기업도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체는 없고 오로지 기대만으로 폭등…'원화 코인株' 그 끝은?
방향성도, 계획도 없는데 '광기'
#1.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카카오페이 주식은 지난달 30일만 해도 3만7850원에 거래됐다. 주가 반전은 대통령 선거(6월 3일) 이후 시작됐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허용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이달에만 143.06% 폭등해 10만원을 넘보고 있다. 급기야 단기 급등으로 24일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2. 코스닥 상장사이자 모바일 게임업체 미투온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이달 9일까지 1000원대에서 움직였다. 불과 2주 새 주가가 한때 8000원대까지 폭등한 건 이 회사가 지난 12일 스테이블코인 기반 카지노 플랫폼을 정식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갑작스러운 급등에 이 회사 역시 전날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됐다.
◇ ‘묻지마’ 급등한 테마주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기대에 편승한 ‘테마 광기(狂氣)’가 국내 증시를 휩쓸고 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나 사업성에 대한 검증 없이 정책 수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양상이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2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상장사의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상승률 상위 30개 기업에 포함된 13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는 최저 77.95%에서 최고 289.3%까지 급등했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카카오페이, LG씨엔에스, 신세계I&C 등 3개다. 나머지 10개사는 코스닥기업이다.
이들 기업 중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거나 구체적인 기술 구현 단계에 있는 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다날(상승률 109.55%), 신세계I&C(79.69%) 등 대체로 전자결제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묻지마 테마주’로 분류됐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 인프라 사업에 활용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톤(122.38%), LG씨엔에스(93.23%) 등은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묶였다.
◇ 잇따른 ‘주가 부풀리기’ 의혹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이 실체 없는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풀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원화를 뜻하는 ‘KRW’에 카카오페이를 상징하는 ‘K’ ‘P’ 등 문자를 조합한 형태의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넥써쓰 역시 ‘KRWx’ 상표권을 출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표 등록 자체를 실질적 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상용화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상 국내 기업이 상표 등록한 티커(약어)로 된 코인을 찾기가 어렵다”며 “상표 등록은 상징적 수준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코스닥 상장사가 잇달아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협약(MOU)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테마 편승’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몇몇 기업은 단순한 의향서 수준의 협약만으로 시장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스타트업까지 과열
증시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바람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가상자산 관련 벤처캐피털(VC)인 해시드 계열사에 몸담았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기용으로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업계 전반에 확산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적 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너도나도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정 조건을 갖춘 은행에 우선 허용하거나 참여 기업을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구체적 정책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성/조미현/정의진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 stablecoin. 원화 가치와 1 대 1로 연동된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한 개가 1000원에 고정돼 있다면, 블록체인상에서 1000원의 가치를 지닌 디지털 화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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