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가동 40년 만에 영구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부산 기장군에 국내 최초 상용 원자력발전소(원전) 고리 1호기 원전 해체가 승인되면서 국내 원전 업계가 유망한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경험과 기술을 쌓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모인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사람이 직접 작업할 수 없는 고준위 오염부 원격 절단 기술과 방사성폐기물을 분리하고 폐기물 양을 줄이는 제염·처리 기술을 원전 해체의 핵심기술로 꼽았다.
26일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시설청정기술개발부장은 "원전과 일반 건물의 차이점은 방사성폐기물이 나온다는 점"이라며 "일반 건물은 그냥 폭파해서 철거해도 되지만 원전은 방사성폐기물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은 총 12년으로 방사능 오염이 적은 부분부터 순서대로 제염과 철거가 진행된다.
원자로 압력용기 등 핵연료에 직접 닿는 부품은 방사선 준위가 높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절단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로봇 팔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오염이 많이 된 부분을 잘라내고 분리해야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원격 절단 기술은 특수 장비를 구현해야 해 다른 해체 기술보다 난도가 높다.
일종의 대형 건물인 원전 폐기물 대부분은 콘크리트와 금속으로 그 양이 엄청나다. 한국에서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은 200리터당 약 1600만원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비싼 편이다. 방사성폐기물을 일반폐기물과 잘 분리하고 방사성폐기물의 방사선 준위를 낮춰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제염 및 처리 기술이 경제적인 원전 해체의 핵심 기술이라는 뜻이다.
원전 외부의 돔 부분은 일반폐기물이지만 내부에 있는 콘크리트 폐기물은 방사선에 오염됐다고 가정한다. 방사성폐기물 기준 이하로 오염된 콘크리트를 골라내 일반폐기물로 '분리수거'해야 폐기 비용이 줄어든다. 주로 표면이 방사선으로 오염되는 금속의 경우 약품 등으로 닦아내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면 방사성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 정부에서 발표한 '원전 해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라 해체시설의 구조적 안전진단, 사업관리 등 58개 기술을 확보 완료했다고 밝혔다. 총 96개로 분류된 원전 해체 핵심 기술 중 나머지 38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해 확보했다.
서 부장은 "원자력연이 개발한 38개 기술은 과거 과기정통부가 국내에 없는 원전 해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R&D를 진행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국내 해체 기술 수준이 미국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있는 것은 맞지만 한수원에서는 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한다"며 "다만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은 해외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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