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이터'냐 '플레잉 코치'냐…경쟁 속
'누가 대통령 먼저 만났나' 신경전까지
鄭, 본청입구 대기…朴 "가장 먼저 인사"
李대통령, 두 사람 손 포개 잡고 '격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정청래, 박찬대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기회를 빌려 '눈도장 찍기' 경쟁에 나섰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과 만나 환한 미소로 악수했고,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가 끝난 뒤엔 이 대통령과 나눈 대화와 영상 등을 소개하며 자신이 친명(친이재명) 당대표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정청래 의원은 26일 오전 추경안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본관 입구로 나가 이 대통령을 맞이한 뒤 악수를 나눴다. 그는 시정연설 이후 페이스북에 "국회 본청 앞 계단을 대통령이 걸어 올라오고 있었고, 대통령께서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고 적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당대표) 선거운동은 잘 되고 있느냐" "상대 후보(박찬대)는 어디 갔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자신이 친명 적임자라는 것을 당원들에 각인하려는 듯,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 자신이 함께 찍힌 사진 60여장과 '이재명 대통령님, 국회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을 향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전시에는 인파이터가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당권 출마 이후 행동가인 '인파이터'(정청래)가 필요하냐, 전략가인 '플레잉 코치'(박찬대)가 필요하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출입구에서 기다리던 박 의원은 본회의장 내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악수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 시절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으로서 수년간 합을 맞춰온 박 의원인 만큼, 이 대통령도 그와 악수를 나누며 대화했다.

박 의원은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에 대한 질문에 "'선거운동 열심히 하고 있느냐' '잘 되고 있느냐'고 묻기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며 "대통령께서 (국회 본관 입구에) 들어올 때 정 의원과 악수했잖나. 그런데 나는 (본회의석) 자리가 대통령이 지나가는 자리니까 (본관 입구로 마중나가는 건 정 의원에) 그건 양보하고 여기(본회의장)에서 악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을 겨냥해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민생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으로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침착하게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당일 때의 전략과 야당일 때의 전략이 다를 수 있지만, 내 역할은 인파이터나 아웃복서나 어떤 고정된 것이 아니라 '플레잉 코치'"라고 강조했다.

이후 박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가장 먼저 인사한 사람은?'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소개한 뒤, "박찬대의 이기는 팀을 이끄는, 이기는 리더십으로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정청래·박찬대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경쟁자의 은근한 신경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별안간 이 대통령이 '오작교' 제스처를 취한 것도 이날 시정연설의 관전 포인트였다. 이 대통령이 연설을 끝내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전,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이 두 사람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선 이들의 손을 포갰다. 이윽고 이 대통령이 두 사람이 악수한 손을 맞잡고 어깨를 동시에 두드리며 격려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취한 악수의 의미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대표 체제가 안정적으로 와서 결국 정권교체에 이르렀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이 대통령과 함께 열심히 했으니 이번 전당대회도 멋있는 축제로 만들어 달라는 의미로 두 사람 손을 포개서 잡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고, 정 의원도 페이스북에 "갈라치기 하지 말고 분열하지 말고 축제 같은 전당대회를 하라는 주문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서도 견제구를 주고받았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탄핵 정국에서) 정청래는 '스타 플레이어' 역할을 했고, 나는 그것을 지휘하고 모두의 성공으로 만들었던 '플레잉 코치'였다"며 "(당·정·대) 원팀을 이끌고 팀플레이를 중시하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플레잉 코치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라고 했다. 원내대표로서 당내 역할을 배분하고 전략을 세워 결국 파면을 이끌어 낸 자신의 역할론을 부각한 셈이다.

정 의원은 특유의 공격력을 내세워 전략가 면모를 강조한 박 의원에 맞섰다. 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태평성대에는 아웃복싱, 내란 세력과 전쟁 때는 강력한 인파이터"라며 "지금은 '강력한 개혁 당대표' 정청래가 맞다. 시간을 주면서 망설이면서 탐색전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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