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함께 실전훈련을 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오른쪽)와 노박 조코비치(사진/ATP 투어)
[김경무의 오디세이] 시즌 3번째 그랜드슬램인 2025 윔블던(30~7월13일)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남자단식에서 세가지가 지대한 관심을 끌 것 같네요.
역대급 선수로 꼽히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의 대회 3연패, 그리고 세계랭킹 1위 야니크 시너(23·이탈리아)의 첫 우승 여부가 바로 그겁니다.
물론 기념비적인 그랜드슬램 25회 우승에 도전하는 노박 조코비치(38·세르비아)도 주목해야 합니다.
시너가 1번 시드, 세계랭킹 2위 알카라스가 2번 시드를 배정받았으니, 둘은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랭킹 6위 조코비치는 6번 시드입니다.
이런 가운데 알카라스와 조코비치가 26일 아무에게나 허용되지 않는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함께 실전연습을 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ATP 투어는 이와 관련해 “잔디코트 메이저대회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면서 알카라스와 조코비치가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의 닫힌 지붕 아래에서 서로 공을 치고받았다. 최근 몇년간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모두 랠리를 주고받으며 루틴을 소화하는 등 분위기가 여유로웠다”고 전했습니다.
알카라스와 조코비치는 지난 2년 동안 2번이나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맞붙었고, 알카라스가 모두 승리하며 2연패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알카라스는 특히 만 20세 때인 지난 2023년 결승에서 대회 5연패에다 총 8회 우승에 도전하던 조코비치를 누르고 첫 우승 감격을 누렸습니다. 5세트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3-2(6-4, 3-6, 6-4, 2-6, 6-3) 극적인 승리. 지난해 결승에서는 3-0(6-2, 6-2, 7-6<7-4>)으로 이겼습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이후 지난해 8월 2024 파리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2-0(7-6<7-3>, 7-6<7-2>)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하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윔블던에서 유쾌한 알카라스(사진/윔블던)
알카라스가 이번에 3연패를 달성하면 2년 연속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을 제패하는 선수가 됩니다. 오픈시대(The Open Era) 이후로 치면, 비외른 보리(스웨덴) 이후 첫번째라네요. 보리는 지난 1978년과 1980년 사이 3년 연속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을 제패한 바 있습니다.
최근 알카라스가 지난주 영국 퀸스 ATP 500 대회인 HSBC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면, 일단 3연패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클레이는 물론 잔디코트에서도 그는 매우 기량이 뛰어난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알카라스는 현재 18연승을 구가하고 있으며 시즌 5번이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ATP 마스터스 1000 시리즈에서도 두번(로마, 몬테카를로)이나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이번 시즌 상금은 742만달러(100억원)를 넘어섰고, 투어 총상금도 4500만달러(610억원) 이상입니다.
조코비치가 이번에 우승하면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윔블던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8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남녀 통틀어 역대 최다(25회)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 기록도 세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번의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우승을 알카라스와 시너가 나눠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시너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 알카라스는 롤랑가로스와 윔블던 챔피언이 됐고, 올해는 시너가 호주오픈, 알카라스가 롤랑가로스 우승을 차지한 겁니다.
알카라스는 4대 그랜드슬램 중 하드코트 대회인 호주오픈에서만 우승을 못했습니다. 시너는 클레이코트 대회인 롤랑가로스와 잔디코트 대회인 윔블던에서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시너는 지난 8일 롤랑가로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맞아 2세트를 먼저 잡고도 결국 2-3(6-4, 7-6<7-4>, 4-6, 6-7<3-7>, 6-7<2-10>)으로 역전패를 당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아픔도 있습니다. 이번 윔블던에서 ‘복수혈전’을 노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알카라스와 시너, 그리고 조코비치. 이들 모두 이번 윔블던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게 흥미롭지 않나요?
윔블던 연습코트에서 시너와 조코비치의 다정한 모습(사진/윔블던)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의 윔블던 센터코트 연습경기(사진/윔블던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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