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는 19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 영화 ‘태양은 없다’, ‘시월애’, ‘하녀’, ‘신세계’ 등을 거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왔다. 그간의 연기 인생에서 그는 때로는 냉철한 악역으로, 때로는 처연한 멜로 주인공으로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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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연기한 염라대왕 캐릭터는 이정재 커리어의 전환점 중 하나였다. 카리스마 있는 대사 전달과 절제된 표현으로 “이정재가 이런 판타지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 그에게 “신선한 도전이었다”는 반응을 보냈고, 새로운 서사 안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1에서도 이정재는 평범한 남성 ‘성기훈’ 역을 맡아 처음엔 찌질하고 한심한 캐릭터로, 이후엔 점점 각성해 가는 인물로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초반 ‘흐트러진 이정재’는 그 자체로 신선했고, 이전까지의 이미지와 확연히 달라 “진짜 배우의 변신이란 이런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2에서 “얼음!”을 외치는 장면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장된 대사 처리와 어색한 억양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등장했고, 시즌3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더욱 구체화됐다. 물론 이 장면은 밈화 되며 다수의 예능에서도 패러디 되기는 헀지만 연기 톤에 대한 지적은 지극히 사극톤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시즌3에서의 성기훈은 반란의 실패 이후 무기력한 상태로 등장한다. 감정 표현이 줄어들고, 전체적인 톤이 처진 채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이정재, 연기 안 하는 것 같다”, “시즌1 때의 몰입은 어디로 갔나”,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 네티즌들은 기사의 댓글로 "무슨 말을 해도 입에 감정이 없다" "기훈의 심정은 알겠는데 배우가 끌고 가질 못한다" "시즌1때는 불안정한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그냥 느릿하고 무기력할 뿐"이라고 달며 이정재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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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응은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느껴진다. 시즌1 방영 당시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미국 시상식과 예능 출연 등 화제를 모았던 이정재였지만, 시즌3 기준으로는 비교적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전작, 과거 영상들이 전세계 네티즌에게 파묘되며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정재에 대한 반응은 시즌1 같지 않다. 실제로 이병헌은 해외 유명 예능 토크쇼에도 출연해 촬영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정재는 상대적으로 해외 언급 빈도가 줄었다.
이정재는 지난 수십 년간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고,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작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즌에서는 “식상하다”, “더는 기대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정재의 연기를 칭찬했지만 시즌3를 본 시청자 사이에서는 그의 연기 톤이 인상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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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3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 인간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불러일으키며 모든 시리즈를 뛰어 넘는 최고의 시리즈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시리즈의 엔딩이 강렬하고 좋았던 건 최후의 승자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논란을 일으키는 조연들의 열연이 빛나서였다. 이정재가 아기를 안고 귀퉁이에서 눈치나 보고 서 있는 동안 서로 도시락이 되지 않겠다고 몸부림치고 바닥을 들어내며 밀치고 뒤엉키는 배우들 덕에 피날래가 뜨겁게 장식될 수 있었던 것. 시즌1에서 피튀기게 싸웠던 박해수-이정재의 한판승이 그리운 건 이런 이유에서다.
‘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이정재가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들 수 있을지, 혹은 이정재가 새로운 작품에서 또 다른 반전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객들의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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