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수집한 해양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중국산 쓰레기.[환경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쓰레기가 바다 건너왔다고?”
우리나라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것으로 유명한 울릉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바닷속 가득한 ‘해양쓰레기’들로 골치를 썩고 있기 때문.
지금과 같은 여름철에는 쓰레기 문제가 더 커진다. 장마로 육상 쓰레기가 늘어나는 데 더해 중국·일본 등 인근 나라에서 건너온 쓰레기들까지 넘쳐나는 탓이다.
심지어 해양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 시간이 지날수록 잘게 분해되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일각에서는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울릉도의 주 산업인 관광·어족자원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27일 경북 울릉도에서 진행된 환경재단 ‘2025 바다쓰담 캠페인’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환경재단 제공]
환경단체 환경재단은 지난 6월 27일 경북 울릉도에서 ‘2025 바다쓰담 캠페인’의 일환으로 해양 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활동은 장마철 집중 유입이 예상되는 해양쓰레기의 실태를 점검하고, 실질적 해양 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활동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총 158리터에 달했다. 특히 낚시쓰레기, 폐밧줄, 스티로폼 부표, 노끈 등 어업 관련 쓰레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스티로폼 파편, 플라스틱 용기, 비닐 등 생활 유래 플라스틱도 발견됐다.
울릉도에서 수집한 해양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중국산 쓰레기.[환경재단 제공]
주목할 점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외국어로 적힌 라벨이 부착된 쓰레기가 다수 발견됐다는 것. 울릉도에 국경을 넘어서 외국 쓰레기가 대량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울릉도가 유독 계절풍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상시로 외국 쓰레기가 유입되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이같은 쓰레기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해양쓰레기는 연간 약 14만5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이 중 상당량이 태풍인 장마철에 유입된다. 울릉도의 경우 외국 쓰레기 유입까지 겹치며 쓰레기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27일 경북 울릉도에서 진행된 환경재단 ‘2025 바다쓰담 캠페인’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모은 쓰레기.[환경재단 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한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울릉도 연안에서 발견된 전체 해양쓰레기 중 외국 기인 쓰레기 비율은 8.6%로 동해안 지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중국산 해양쓰레기가 국적이 확인되는 쓰레기 중 85.1%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러시아, 북한, 일본 등 순서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에서 흘러온 해양쓰레기 중 98%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해당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울릉도에서 수집한 해양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중국산 쓰레기.[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이후 플랑크톤, 조개류 등 먹이사슬 하위 단계부터 축적돼 해양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후 수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몸에까지 축적돼,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해양쓰레기가 울릉도의 어족자원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정부와 환경단체 등은 지속해서 울릉도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환경재단은 이번 정화 활동에서 고해상도 항공 드론을 이용해 해안선 육상 쓰레기 분포를 파악했다. 이후 수중 드론으로 해저 쓰레기를 정밀 탐색해 우선순위에 맞는 수거 활동을 펼쳤다.
지난 6월 27일 경북 울릉도에서 진행된 환경재단 ‘2025 바다쓰담 캠페인’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모은 쓰레기.[환경재단 제공]
하지만 울릉도의 경우 섬 특성상, 쓰레기를 수거하더라도 처리를 위해 다시 육지로 이송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지자체에 더해 민간단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 작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처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특히 기상이 악화하면 수거된 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돼, 2차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문제가 있다”며 “수중 쓰레기 수거 장비와 인력, 처리 시스템 등 기반 확대 등 전 과정에 거친 대안 마련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릉도 한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들.[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이번 활동에 참여한 다이빙 단체 Team STA의 성기철 대표는 “울릉도는 쿠로시오 해류와 쓰시마 난류가 교차하며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해역으로, 외국 해양쓰레기가 반복적으로 유입되는 구조”라며 “정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현실적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재단은 2020년부터 시민참여형 해양정화 캠페인 ‘바다쓰담’을 운영해 오고 있다. ‘바다쓰담’은 전국 해안과 도서 지역의 민간 정화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만620명의 시민, 372개 기관이 참여해 약 160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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