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최악의 상황은 면해”
기존보다 10%P 올라 부담 여전
미국과 베트남의 상호관세율이 확정되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면서도 “상황 변화를 더 지켜봐야 정확한 영향을 알 수 있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3일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에 발표한 46%에서 20%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의 삼성전자 공장 [사진 = 삼성전자 제공]
한국 기업들 가운데 베트남에서 가장 큰 사업장을 운영하는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하노이 북쪽 타이응우옌, 박닌 등에 있는 공장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한다. 베트남 생산 물량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모바일 제품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베트남 법인 4개사(SEVT·SEHC·SEV·SDV)의 총매출은 625억달러(약 85조원)다. 이 중 수출액은 544억달러(약 74조원)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4%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스마트폰 중 상당수를 미국으로 수출한다”며 “상호관세율이 46%에서 20%로 내려가는 건 삼성전자로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지난 4월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세 부과 시점을 유예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실제 46%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 일은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리 생각하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적용받던 10%의 관세와 비교해 10%포인트가 오른 셈”이라며 “이전보다 관세가 높아져 아쉽지만 46%까지는 오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손에 든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AFP 연합뉴스]
또 다른 변수는 애플의 움직임이다. 애플의 생산 공장이 몰려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몇 퍼센트(%)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20%의 관세가 유리해질 수도, 불리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20%보다 낮은 상호관세를 적용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트럼프 정부의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삼성전자도 신중하게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다른 한국 기업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타이어코드를 만들어 수출하는 HS효성 관계자는 “미국이 관세를 46%에서 20%로 인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과거 관세율인 10%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전선을 생산하는 LS에코에너지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관세율이 낮아졌지만, 결국 현재 내고 있는 대미 관세 10%보다는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중립적이라고 본다”며 “고객사와 협의하며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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