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로벌 선박 발주량 반토막
후판값 상승·환율 하락 등 겹악재
"실적이 수주 후행...최소 5년간 호황"
친환경 고부가선 확대에 수혜 지속

[한국경제TV 배창학 기자]
<앵커> 조선업황 관련 지표들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피크아웃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모처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는 오는 2030년까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잘 나가던 조선업계에 '피크아웃'설이 도는 배경은 뭔가요?

<기자> 조선업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오늘(4일) 발표됐는데, 수치들이 크게 악화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이 났습니다.

주문량이 단 1년 만에 절반 넘게 쪼그라들면서 업황이 정점을 찍고 한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조선 시황 전문 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낸 자료들을 훑어봤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글로벌 수주량은 647척, 톤수로 환산하면 1,938만 CGT였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수주량은 1,788척, 환산 톤수가 4,258만 CGT였습니다.

모든 지표가 50% 넘게 떨어진 겁니다.

<앵커> 계속해서 지표가 나빠지는 원인이 있습니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자재 값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국내 조선 업황이 반등했는데요.

<기자> 조선업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배를 만들 때 쓰이는 후판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철강업체들이 감산을 본격화하고 우리 정부가 외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입니다.

톤당 후판값은 상반기 70만 원대에서 하반기 100만 원대로 50%나 올랐습니다.

원자재 원가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환율마저 올해 고점 때보다 10% 떨어졌습니다.

조선업은 수주 계약 대금을 달러로 지급받는 고환율 수혜 업종입니다.

이에 올 상반기 국내 조선 3사들의 수주량도 대폭 줄었습니다.

척수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한화오션이 60%, HD한국조선해양이 40% 가까이 수주량이 감소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척수는 같았지만 연간 목표치의 30%도 채우지 못 했습니다.

반대로 조선주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많게는 두 배씩 뛴 상황입니다.

이에 금융 시장에서는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슈퍼사이클을 갓 맞이한 조선업계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업종 특성상 실적이 수주를 후행하는 구조인 만큼 수년치 일감을 따낸 근 몇 년간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최소 5년간은 호황”이라며 “오는 2030년까지 슈퍼사이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당분간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평균 3~4년치 일감을 따낸 상황입니다.

2030년대 물량까지 확보한 곳들도 몇몇 있고요.

이러한 수주들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통상 5년이 걸립니다.

시차가 있는 만큼 앞으로 주문이 뚝 끊겨도 5년 동안은 먹고 살 수는 있다는 겁니다.

<앵커> 슈퍼사이클이 계속되려면 선주사들이 발주를 해야 하는데요.

계속해서 주문량이 줄고 있는데 괜찮은 겁니까?

<기자> 수치만 보면 조만간 수주 가뭄 위기에 처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슈퍼사이클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제는 이전처럼 중저가 선박이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암모니아 운반선(VLCC·VLAC)과 같은 고부가선이 중심이 됐습니다.

팔리는 배의 수는 떨어졌지만 값은 높아진 겁니다.

실제로 선박 건조 가격을 가늠하고 업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달 187.11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점이었던 2008년 191.6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보다 뛰어난 고부가가치선 건조 역량을 자랑합니다.

세계 고부가가치선 발주량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웃돌 정도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강화 중인 환경 규제들이 고부가선 발주를 늘리며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IMO는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선박의 탄소집약도를 40%, 2050년에는 100% 감축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이 벌크선과 유조선에 이어 친환경선 분야에서도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을 텐데요.

버틸 수 있을까요?

<기자> 데이터를 분석하면 중국이 친환경선 분야에서만큼은 단숨에 한국을 쫓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건조 작업량의 크기를 톤수로 환산한 CGT의 경우 한국이 지난달 58,000 CGT, 중국이 27,000 CGT로 집계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이 중국보다 고난도 작업으로 건조한 고부가선을 2배 넘게 수주했다는 것이죠.

척수에서는 밀리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180도 다르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한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25%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8%p 증가했지만 중국은 52%로 16%p 감소했습니다.

1년 만에 수주 점유율 격차를 24%p나 좁혀진 겁니다.

지난해 발주가 쏟아진 탓에 발생한 기저효과 때문인데 한국보다 중국의 하락세가 훨씬 더 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스마트 야드 구축을 통한 기술력 고도화와 기자재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중국이 공산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자유 진영 국가들을 대상으로 군함, 쇄빙선 같은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재출범으로 한국의 주력 선인 군함의 수리와 신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북극항로 개척용 쇄빙선 시장도 열렸습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배창학 기자 baechangha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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