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난소암·자궁경부암에 로봇, AI 동원

여성 생식기에 각종 첨단 기술 이미지를 결합한 그림. 여성 건강을 위한 디지털 기술인 '펨텍(Femtech)'이 부상하고 있다./Clue

중국 과학자들이 유방암 검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엑스(X)선 섬유를 개발했다. 지금처럼 딱딱한 판 사이에 몸을 대고 짓누르는 대신 브래지어처럼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결과가 소개되자 “여러 번 눌리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너무 감사한 장비” “눈물 나도록 아팠는데 너무 좋은 소식”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성 건강을 위한 디지털 기술인 ‘펨테크(Femtech)’가 떠오르고 있다.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말로, 생리 주기 앱(app·응용프로그램) ‘클루(Clue)’를 개발한 독일 바이오윙크의 아이다 틴 창업자가 2016년 년 처음 만들었다. 여성의 건강을 위한 소프트웨어·진단·서비스·전자기기를 통칭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의학계에서 성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늘어나면서 펨테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조사 기관인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2023년 366억달러(약 49조8900억원)로 추정되는 펨테크 세계 시장이 2030년에는 1070억달러(145조8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0여 년 성장, 국내도 상용화 기술 나와

펨테크 용어의 상징이 된 생리 주기 앱 클로는 2013년 처음 출시돼 현재 180여 국에서 15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다. 2015년 영국에서 설립된 플로(Flo)가 출시한 생리 주기 앱 플로는 3억8000번 다운로드됐으며, 매달 6800만명이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상용화된 펨테크 기술이 있다. 의료기기 회사 노을은 자궁경부암을 인공지능(AI)으로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경부)에 생기는 암으로 아랫배와 다리 통증, 출혈이 나타난다. 자궁경부암에 걸리면 경부 세포 모양이 변한다. AI는 이를 보고 발병 여부를 검사한다.

AI 덕분에 검사 기간은 1~2주일에서 20여 분으로 줄어든다. 의료 수준이 낙후된 지역에 사는 여성들도 자궁경부암을 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지난달 노을은 카타르에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기기를 앞으로 3년간 공급한다고 밝혔다.

체외진단 기업 수젠텍은 여성 호르몬 진단기 슈얼리 스마트를 선보였다. 갱년기 여성은 관절, 근육이 아프고 우울감과 불안함을 겪는다. 이때 집에서 여성 호르몬을 검사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기 막대를 소변 용기에 10~15초 담근 뒤 스마트폰 블루투스를 연결하면 된다. 회사는 “검사 기록을 앱에 자동 전송해 건강 상태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노을 인공지능(AI) 의료기기로 자궁경부암을 검사하는 화면이다. 자궁경부암에 걸리면 자궁 경부 세포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이를 보고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노을 제공

◇숨기던 여성 질환, 원격 관리

여성 질환은 병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가 가능해도 병원을 찾지 않아 더 악화된다. 펨테크는 그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캐나다 헬스케어 기업 하이비는 여성 질환인 골반저질환을 원격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골반저질환은 골반에서 장기를 떠받치는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져 요실금, 변실금,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년 여성에서 흔히 발생한다. 특히 골반저질환 중 하나인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 내 장기인 자궁이나 방광, 직장 등이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밖으로 빠져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속된 말로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려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은 집에서 하이비 의료기기로 골반을 촬영할 수 있다. 의사와 원격으로 검사 결과를 상담하며 상태가 심각하면 병원을 예약해 치료받을 수 있다. 레이첼 바솔로뮤 하이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골반 건강 문제를 겪는다”면서 “골반 검사로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다가 같은 질환을 겪고 나서 2021년 회사를 설립했다.

의료계도 여성 질환 치료에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휴고 로봇으로 난소암 수술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로봇의 정밀한 움직임으로 효율적으로 수술했다”면서 “상처 크기와 통증을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휴고 로봇은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 개발했다.

수술 로봇의 대명사인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로봇도 국내 의료 현장에서 자궁암, 난소암,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앙대병원은 4세대 다빈치SP 단일공 로봇수술시스템을 가동했다. 당시 이은주 부인암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로봇수술은 자궁과 난소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임신, 출산을 앞둔 여성 환자들에게 최적의 수술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달 4일 논평을 내고 “바이오, AI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된 첨단 복합 산업이자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펨테크 산업을 여성 특화 산업으로 지정해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내 펨테크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v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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