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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다각화 나선 게임사들/그래픽=윤선정

'엔씨소프트=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등식이 깨졌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다수 게임사들이 주력 장르에서 벗어나 다른 장르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게임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특정 장르의 게임, 특정 이용자층에만 소구해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기저에 깔려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새 장르에 도전한다. 가장 이목을 끄는 건 'MMORPG 명가'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변신이다. 엔씨는 올 하반기 서브컬처 게임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를 출시한다. 그동안 리니지, 아이온 등 대작 MMORPG 명가로 꼽히며 주류 게임사로 군림했던 엔씨가 '비주류 문화'로 통하는 서브컬처 게임에 도전하는 것이다.

MMORPG '뮤' 시리즈로 유명한 웹젠도 서브컬처 게임 '테르비스' 출시를 준비중이다. 웹젠은 지난달 테르비스 CBT(비공개시범테스트)를 진행했다. 웹젠은 CBT 기간 취합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반면 그간 야구 게임, '서머너즈 워' 시리즈 등 캐주얼 게임에서 강세를 보였던 컴투스는 3분기 최초로 'AAA급' MMORPG '더 스타라이트'를 선보인다. 트리플A급이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개발하는 블록버스터 게임을 말한다.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지녔고,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으로 서비스된다.

위메이드는 내년 초 정통 FPS(1인칭슈팅게임) '블랙 벌처스' 정식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그간 '미르 4', '나이트 크로우' 등 글로벌 시장에 P2E(Play to Earn, 아이템을 현금화해 돈을 벌수 있는 게임) 장르를 주로 공급하던 위메이드가 정통 FPS 게임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 게임사들은 'MMORPG 명가' 엔씨, '야구 게임 명가' 컴투스, '액션 게임 명가' 네오플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각자의 색채가 강했다. 각자 전문 분야에 충실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입증했던 국내 게임사들이 올해 들어 장르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시장 성장세 둔화 속, 특정 이용자층에 소구하는 방식만으로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위기감에서다.

엔씨는 1998년 리니지 출시 당시 핵심 팬층이었던 20·30대가 50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층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MZ세대에 소구할 서브컬처 게임을 내놓는 것. 반대로 10·20대 이용자가 많은 야구·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보유한 컴투스는 트리플A급 MMORPG로 구매력이 높은 40·50대를 겨냥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FPS, 서바이벌, 좀비 등 글로벌 인기 장르에 도전하며 해외 시장을 노크한다는 전략이다. 넥슨은 서바이벌 액션 장르 '아크 레이더스'를 , 카카오게임즈와 NHN은 각각 좀비 게임 '갓 세이브 버밍엄'과 '다키스트 데이즈'를 출시하는 이유다.

다만 이들은 새로운 장르 도전에 위험성이 큰 만큼 대부분 자체 제작이 아닌 퍼블리싱으로 다가간다. 이미 완성에 가까운 게임과 계약해 개발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다른 개발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들은 각자 개성이 확고하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최근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 도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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