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안 ‘과기·문체부 등 흩어진
유료방송·OTT업무, 방통위가 흡수’
민주당 방송·콘텐츠특위 제안서엔
독임제 부처로 미디어산업 통합안
어느 쪽이든 기존 방통위 해체 수순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입구.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상 및 기능 재정립을 비롯한 방송·통신·콘텐츠 분야 정부 조직개편을 두고 언론·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언론 개혁 과제 중 하나였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이달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다음은 미디어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이라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국정기획위원회(국정기획위)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미디어 분야 공약 실천을 위한 정부 조직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개편 폭과 방향 등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전후로 학계와 정치권에서 정책 제안 등 형식으로 다양한 개편안을 내놓은 만큼,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미디어 거버넌스·법제 통합 개선”

8일 국정기획위와 여권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국정기획위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티에프(TF)를 중심으로 각 분과가 참여하는 가운데 미디어 분야 조직개편에 관한 논의에 나섰다. 출발선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정기획위에서 새로운 의제를 발굴한다기보다 일단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점검하면서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정책 제안 등을 중심으로 밑그림과 로드맵을 만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 발표한 정책 공약집에서 ‘분산되어 있는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거버넌스 및 법제의 통합 개선’과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현재는 방송·통신·콘텐츠 정책이 방통위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분산돼 있는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특히 지금의 ‘방통위 체제’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장 먼저 관련 법안을 제안한 이는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다. 최 의원이 제시한 개편안의 뼈대는 ‘방통위·과기정통부 동반 확대 개편’이다. 최 의원이 지난 4월25일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을 보면, 먼저 방통위는 기존 소관 사무에 더해 현재 과기정통부가 갖고 있는 유료방송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IPTV·아이피티브이) 등에 관한 업무를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방통위는 유료방송과 넓게는 문체부 등에 흩어져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업무까지 방송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몸집을 키우게 된다.

또 최 의원은 방통위법에 앞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과기정통부와 관련해서는 방송 관련 기능을 방통위로 보내는 대신, 인공지능(AI) 정책을 추가해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개편하고 부처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과기정통부에 인공지능 산업 정책을 맡기고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방안은 이미 국정기획위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 특위 ‘독임제 부처+공공미디어위’ 제안

김현 의원이 곧 발의할 예정인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안도 방통위 소관 사무에 유료방송과 오티티 정책 등을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최 의원 안과 비슷하다. 여기서 김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방통위의 업무 영역이 이렇듯 넓어질 경우 기존의 방통위 명칭을 그대로 쓰기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는 기존 방통위의 해체를 전제로 한다.

민주당이 대선 전 꾸린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국회에서 방송·콘텐츠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제안서 설명회를 열어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 독임제 행정부처인 ‘미디어콘텐츠부’와 그 산하기구로서의 ‘공영방송위원회’를 두는 방안(1안)과 미디어콘텐츠부와 합의제 독립기구 공공미디어위원회를 마련하는 방안(2안), 지금의 방통위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3안) 등 세가지 안을 선택지로 제안했다. 그중 1안은 지난 5월 한국언론학회 등 미디어3학회가 새 정부에 제안한 정책 대안과 유사하고, 3안은 최민희 의원이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 등과 비슷하다.

방송·콘텐츠특위가 이 가운데 좀 더 무게를 실은 안은 2안이다. 이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문체부에서 미디어산업 진흥 정책 관련 부서를 분리한 뒤 이를 독임제 부처로 통합시켜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의 콘트롤타워로 삼되, ‘보도 기능’을 지닌 방송·영상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별도의 위원회 기구에 맡기자는 내용이다. 이 제안에 따르더라도 기존 방통위의 폐지는 불가피하다. 특위는 제안서를 여당 지도부는 물론 국정기획위에도 전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훈기 특위위원장은 “1안부터 3안까지 각각의 장단점과 정책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새 정부가 참고할 수 있도록 복수의 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디어라는 건 표현의 자유, 산업 진흥, 공공성 등 복합적인 가치를 갖는 분야라 그만큼 신중하고 책임 있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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