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청년 4명, 국민연금을 論하다②
정치권 연금 개혁은 겉핥기식
‘완전적립식 신연금’ 최종 지지
다만 또다른 해법 모색도 찬성
심지어 세금 투입에도 긍정적
청년 참여로 진짜 공론화 필요
# 더스쿠프는 '청년 4명, 국민연금을 論하다' 1편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1인 캠페인을 벌인 다섯명의 경희대 학생들이 어떤 계기로 국민연금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들여다보게 됐는지 들어봤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최윤성(무역학 2년), 윤채민(물리학 1년), 이재준(화학 1년), 김강현(물리학 1년) 학생이다.
# 그렇다면 이 학생들이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법으로 제시한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학생들의 얘기를 좀 더 들어봤다. '청년 4명, 국민연금을 論하다' 2편이다.
청년들은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을 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와 만난 청년 4명은 '애초엔 국민연금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정 과정에서 이 문제가 자신들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고,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연금을 접했다.
학생들은 수많은 보고서와 기사를 탐독했고, 다양한 시민단체에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거나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물론, 필요하다면 외국인 학생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본 그들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 기자 : "다양한 이들로부터 의견을 들어본 것으로 아는데, 그들의 입장은 어떻던가요? 학생들의 입장과 비슷하던가요?"
✚ 이재준 학생 : "노조나 시민단체 등에선 급여 삭감 중심의 개혁에 반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국민연금보험 가입 문제나 저소득 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문제 등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았고요. 결론은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거였어요."
✚ 윤채민 학생 : "일부 시민단체에선 '보험료를 많이, 더 오래 낸 가입자'가 혜택을 보는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정규직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거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보다는 모든 계층의 최저 보장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초연금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 최윤성 학생 : "정치인들은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청년세대의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희에게 공공성 강화나 공정한 수혜보다 중요한 점은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개혁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 이재준 : "맞아요. 뭔가 핵심을 짚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었어요."
✚ 기자 : "그럼 여러분이 생각하는 구조개혁은 어떤 건가요?"
✚ 최윤성 : "일정 세대를 기준으로 연금 구조를 두개로 나누는 겁니다.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구연금은 현재의 시스템대로 정리(기금 적립금 고갈까지)하고, 이후 세대의 국민연금은 '완전적립식(개인 계좌별 저축+운용수익금=연금액) 신연금'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 기자 :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방안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구연금에는 더 이상 보험료를 투입하지 않기 때문에 600조원가량의 세금을 미적립 충당금으로 메꿔야 하는데, 그것도 동의하는 건가요?"
✚ 김강현 학생 : "네. 동의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세금 투입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2월 KDI에서 발표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의 골자는 현재의 국민연금을 두가지로 나누는 거다. 특정 세대까지는 '구연금'으로 묶어서 청산하고, 이후 세대부터는 '신연금'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구연금에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보험료를 걷고, 연금을 지급한다. 기금 적립금도 여기서 모두 소진한다. 연금 지급을 위해 모자라는 돈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당시 KDI는 2024년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609조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연금에서는 '완전적립식'으로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국민 개개인이 계좌별로 납부한 보험료에다 보험료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만큼만 연금액으로 책정된다는 점에서 저축과 비슷하다. 보험료를 한데 모아 운용하고, 수익금은 보험료 비율에 따라 나눈다. 보험료를 많이 내면 연금액이 많고, 보험료를 적게 내면 연금액도 적다. 결국 '낸 만큼 받는' 구조다.
✚ 기자 : "그럼 보험료율을 적정선으로만 올리고 국민연금 재정에 세금을 투입하는 건 어떤가요? 일부에선 그런 주장도 있는데요."
✚ 김강현 : "저는 사실 기금 적립금이나 세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국가가 주도하는 시스템이고, 부담자는 국민이니까요. 다만 세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서 세금을 투입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완전적립식 신연금은 환경적인 변수를 줄여준다고 생각해요."
✚ 기자 : "경제 상황이 받쳐준다면 세금을 투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설명으로 해석해도 좋은가요?"
✚ 김강현 : "맞습니다."
학생들은 세금 투입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 세금 투입은 기금 적립금을 완전히 소진한 후 보험료율을 반드시 30~40%까지 끌어올리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세금 투입'이 국민적 동의를 얻는다면 기금 적립금 소진 후에도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은 필연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김강현 학생의 말처럼 낙관적인 경제 상황이 전제로 깔려야 한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이게 반드시 정답이니까 이것만 고집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이 '완전직립식 신연금'을 추종하는 것도 현재로선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다.
✚ 기자 : "일부에선 다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면 노동자들의 납입 보험료가 늘어나고, 가입 기간도 더 길어져서 보험료 총액도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년을 몇년 더 늘리면 보험료 부담 기간을 늘릴 수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국민연금 구조 개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논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최윤성 :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저도 국민연금을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국민연금 제도만 바꾸면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거죠. 다만 저출생·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이 효용성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하네요."
✚ 김강현 : "말씀하신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둔다고 가정할 때 나오는 것들이잖아요. 청년세대 모두가 '완전적립식 신연금'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니까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치인들이 그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를 얼마나 뜯어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완전적립식 신연금'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구조개혁을 늦출수록 매몰 비용도 점점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더 답답해요."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참여 기회는 많지 않았다.[사진|뉴시스]
✚ 이재준 : "저는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어요. 사회 구조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게 우선인 것 같긴 한데 쉽지가 않으니까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 좀 드네요."
✚ 윤채민 : "그러고 보니 우리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끌고 갈 것인지 한번도 합의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완전적립식 신연금'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구조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될 것 같아요."
학생들은 분명 '완전적립식 신연금'을 주장했지만, 다양한 의견과 대안에는 생각을 열어 놓고 있었다. 본인들의 주장이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것 인정했다. 어쩌면 여러 대안을 놓고 얘기를 좀 해보자는 게 이들의 주장일지 모른다.
기성세대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젊은 세대들은 너무 제 생각만 한다." 편견이다. 언급했듯 학생들이 진행한 1인 캠페인의 프로젝트명은 '국민연금 개정안-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공존 사이의 길을 찾아'였다. 갈등이 아니라 공존을 모색하고 싶다는 거다.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할 때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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