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수용 문제로 박근혜·이명박 구금된 독거실보다 좁은 방 배정
내란 특검팀, ‘11일 오후 2시’ 출석 요구…불응시 강제구인 가능성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용번호 3617'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에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용번호를 부여 받고 2평대 독방에 구금됐다. 윤 전 대통령은 다른 미결수용자와 동일하게 정밀 신체검사 등을 받고 '머그샷'을 촬영했다. 내란 특검팀은 오는 11일 오후 재구속 후 처음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만일 특검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할 경우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구치소에서 수용번호 '3617'을 부여받은 후 정식 입소 절차를 거쳐 일반 수용동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무리 한 후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거실에 머물렀다.  

교정 당국은 윤 전 대통령에 수용번호를 발부한 뒤 키·몸무게 등을 확인하는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카키색의 혼방 재질 미결수용자복으로 갈아입은 윤 전 대통령은 다른 피의자들과 동일하게 '머그샷'을 촬영했다. 

수용동으로 옮겨진 윤 전 대통령은 수용자 1명이 사용하던 2평대 독방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과밀 수용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구금됐던 3평대 방보다 좁은 독방을 배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영수 특검의 수사를 받은 뒤 2017년 3월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 6~7명이 함께 쓰는 혼거실을 개조해 만든 약 3.04평(화장실 포함·10.08㎡) 넓이의 독방에서 생활했다. 

2018년 3월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의 3.95평(화장실 포함·13.07㎡) 면적의 독거실에 수용됐다.

구인 피의자 거실과 달리 일반 수용동 방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만 있다. 바람 세기 조절은 1∼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지만, 화재 예방을 위해 50분간 작동한 뒤 10분간 꺼진다.

윤 전 대통령이 머무는 방에는 관물대, TV, 책상 겸 밥상, 식기, 변기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1, SBS, MBC, EBS1 등 4개 채널의 녹화방송과 일부 시간대 생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침대는 없으며 바닥에 이불을 깔고 생활한다. 바닥에는 보온을 위한 전기 패널이 깔려 있다. 공동 샤워실을 이용해야 하지만 다른 수용자와 시간을 겹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운동은 1시간 이내로 가능한데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다른 수용자들과의 동선·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교정본부가 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발부와 동시에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되던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는 모두 중단됐다.  

이날 서울구치소의 점심 메뉴는 된장찌개, 달걀찜, 오이양파무침, 배추김치였다. 저녁은 콩나물국과 고추장불고기, 고추, 쌈장, 배추김치가 제공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구속된 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취소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석방됐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두 차례 대면조사한 뒤 본격 수사 착수 18일 만인 지난 6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권한 행사 방해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비화폰 삭제 및 체포영장 집행 방해 지시 등 혐의를 받는다. 

장시간 구속 심문을 진행한 법원은 "영장 범죄사실을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고, 윤 전 대통령은 석방 124일 만에 재수감됐다. 전·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두 차례 구속된 것은 윤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란 특검 "11일 오후 2시 출석요구"

내란 특검팀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11일 오후 2시에 출석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재구속 뒤 첫 조사가 된다.

최대 20일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된 특검팀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 사실은 물론 본인 동의를 얻어 외환 혐의까지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할지는 불확실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재구속 첫 날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을 네 차례 접견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응하지 않는다면 특검팀이 구치소를 찾아 강제구인하거나 구치소 내부에서 현장 조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수사 방식은 사회 일반 인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직 대통령 신분을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며 "다만 그 외에는 다른 피의자와 달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제구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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