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 원리 규명·양자정보 소재 응용 기대
1차원 NbSe3서 ARPES로 분리 현상 첫 실증
아주대학교 전경.
국내 연구진이 오랜 기간 이론적으로만 예측됐던 금속 내 '스핀-전하 분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향후 초전도 현상 규명의 실마리 제공은 물론, 차세대 양자정보 소재 개발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전망이다.
아주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1차원 사슬구조를 가진 금속 물질(NbSe3)에서 도체-부도체 전이에 걸쳐 '스핀-전하 분리' 현상을 직접 관찰했다고 11일 밝혔다.
전자(Electron)는 음전하를 띤 기본 입자로, 전기적 전하(charge)와 자기적 스핀(spin)을 동시에 지닌다.
전하는 전기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기본 성질로 전기가 흐르게 하며 스핀은 자석과 같은 자기적 성질을 결정한다.
학계에서는 일렬로 나열된 원자를 따라 전기가 흐르는 1차원 금속 물질의 경우, 내부의 전자가 러틴저 액체 모형(좁은 공간에서 전자들이 집단으로 거동하는 상태를 설명하는 이론)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측해왔다.
러틴저 액체 모형에서는 전자의 전하와 스핀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스핀·전하 분리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관측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현상은 강한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데, 해당 작용이 스핀과 관련한 움직임의 관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성헌 아주대 물리학과 교수와 현정훈·김용관 KAIST 공동 연구팀은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소재 물질 후보군을 탐색했다.
공동 연구팀은 세 종류의 1차원 원자 사슬로 구성된 니오븀(Nb)·셀레늄(Se) 화합물을 활용해 시료를 합성했다.
이어 각분해 광전자분광법을 이용해 이 시료를 분석한 결과, 스핀과 전하의 정보 값이 서로 다른 속도로 전달되는 것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각분해 광전자분광법은 밝은 빛을 조사했을 때 나오는 광전자의 운동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물질 내에서 일어나는 양자 현상을 관측하는 실험 방법이다.
공동 연구팀은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해 강한 자외선을 조사했을 때, 화합물 내의 광전자가 방출된 자리에 형성된 양전하의 움직임과 각 전자의 스핀 움직임이 분리되는 현상을 포착했다고 부연했다.
또 1차원 물질에서 자주 나타나는 다른 양자 현상인 전하밀도파 발현에 따른 도체·부도체 전이가 일어나는 과정에서도, 스핀과 전자가 분리돼 움직이는 것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김성헌 교수는 “1차원 물질의 독특한 환경에서 전하와 스핀에 대한 정보가 독립적으로 전달되는 집단적 거동을 직접 관측한 성과”라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결정구조나 상호작용 세기의 제어를 통해 초전도 발현 원리 규명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 물리학의 난제 해결에 더해, 전하와 스핀이라는 독립된 자유도를 이용한 새로운 양자 정보 소재 개발로도 응용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간하는 저명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최근호에 편집자 추천 논문으로 게재됐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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