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 지명 후 2주 넘게 네이버 고문직 유지
중도 낙마 가능성 고려한 안전장치?…각종 논란 미리 각오했나
'청렴성 결여' 용인하는 관행이 사회지도층 인재풀 오염시키는 '악순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장관. 한 나라의 분야별 정책을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대대손손 자랑거리가 될 만한 명예를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자리다. 예로부터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판서’를 배출한 가문은 오래도록 명문가로 인정받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자리에 오르고도 장관 자리를 전리품인 양 나눠 먹은 여당 의원이 8명에 이르는 것만 봐도 그 자리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자리를 눈앞에 두고도 포기가 힘든 게 있는 듯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첫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성숙 후보자는 후보 지명 이후에도 2주가 넘도록 네이버 고문직을 유지해 왔다.
지난 10일 데일리안 보도로 이 사실이 밝혀지자 부랴부랴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전날(9일) 네이버에 사임계를 제출했고, 11일 사임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 후보자가 네이버 고문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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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고문직은 C레벨(CEO, CFO 등 경영진)을 비롯한 고위 임원 퇴직시 주어지는 일종의 ‘예우’다. 길게는 3년까지 퇴직 이전의 대우에 준하는 보수와 의전을 제공받으며 회사의 ‘어른’으로 남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포지션에서 각종 기밀을 취급하던 고위직 인사가 퇴직 후 경쟁사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상근직이 아닌지라 출퇴근 의무도 없고, 성과에 대한 압박도 없다. 놀면서 월급만 타먹을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꿀보직’이다.
딱히 하는 일이 없고, 회사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도 없지만, 보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회사와 고용-피고용의 관계는 유지된다. 회사의 이해관계가 달린 일에 모른 체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를 통해 대규모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수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중기벤처부는 네이버가 중기‧소상공인들에게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부처다.
이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한성숙 후보자가 네이버 고문 자리를 놓지 않고 뭉갠 것은 ‘이해충돌’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물론, 한 후보자가 장관 취임이 확정된 시점까지 네이버 고문 자리를 유지할 생각이었으리라 보긴 힘들다. 아마도 각종 논란으로 지명이 철회되거나 자진 사퇴하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남겨둘 심산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장관도 못 되고 ‘꿀보직’까지 내려놓아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장관 후보자가 일찌감치 낙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사실 이건 한 후보자만의 일이 아니라 장관급으로 등용할 인재풀 자체가 썩어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비단 이재명 정부에서뿐 아니라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 조세포탈, 논문표절 등 국민의 ‘분노버튼’에 해당하는 의혹에 한두개씩은 걸리는 건 일종의 ‘국룰’이 돼 버렸다. 한 후보자만 해도 주식투자 관련 이해충돌 논란을 비롯, 편법증여, 농지법 위반 등 이미 3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다.
한 후보자가 검증 절차를 무사히 통과해 자신의 커리어에 ‘장관’이라는 빛나는 항목을 추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국민 19%만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힘은 저지할 힘도 없고 말도 먹히지 않는다.
다만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면 다소의 청렴성 결여는 용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지도층 인재풀을 앞으로도 계속 시궁창으로 남아있게 만들고, 앞으로의 인재 등용에서도 청렴성 결여를 용인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악순환을 낳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9일 국회에 제출된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후보자 16명의 인사청문요청안 등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이해충돌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외교부)·정동영(통일부)·정성호(법무부)·김정관(산업통상자원부)·정은경(보건복지부)·강선우(여성가족부)·한성숙(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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