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

이태식 차기 과총 회장. 과총 제공.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이 업무 추진비를 유용하고 회식 중 직원에게 음주를 강요,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자녀가 사내이사인 기업과 1900만원 규모의 계약을 독점 체결하고 지인에게 자문료를 부적정하게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과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2024년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이 회장의 비리가 적발됐다. 과총은 과기분야 학술 단체에 정부 지원금을 나눠주고 지원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예산 지원을 받는 소관 기관이다. 회장은 3년 임기 비상근직으로 이사회에서 선거로 투표로 결정되며 상근직인 사무총장은 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이 맡는다.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00만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규정에 맞지 않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업무와 관련 없이 휴일과 심야시간대에 수십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업무추진비를 병원·약국에서 사용했을 뿐 아니라 2023년 호텔에 200만 원을 선결제하고 노트북 2와 휴대폰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강건기 과총 사무총장도 업무추진비 사용 82건이 개인 사유임을 인정하고 약 500만원을 반납한 사실도 감사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 회장은 비상근 임원임에도 매월 업무활동비(카드) 150만원뿐 아니라 600만 원 상당의 직책수당 성격의 직책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장 직책판공비는 2023년 4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600만원으로 200만원이나 훌쩍 올랐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 1일에서 2026년 2월 28일까지다. 강 사무총장의 직책판공비도 2023년 200만원에서 지난해 350만원으로 올랐다. 

이 회장은 소속된 대학과 같은 대학의 명예교수를 근거 없이 과총 유관 연구소장으로 채용하고 매월 250만 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과총은 이 회장의 자녀가 사내이사이자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와 지난해 1900만원 규모의 단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회식 중 직원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직무상 권한도 남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오후 9시경 회식 중 자리를 비운 차기 보직예정자 3명에 대해 이석한 사실을 강하게 질책하고 격노하며 벌주를 먹였다. 이후 이 회장은 3명의 예정돼 있던 인사발령을 취소하고 일반 부원으로 보직해임했다. 

이밖에 이 회장은 감사자료를 조작하고 고등학교 동문이 운영하는 연극 단체에 근거 없이 1500만원 임대료를 감면하는 등 과총을 사실상 사유화했다. 국외 출장 시 개인 일정이 있었던 날에 대해서도 여비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회장을 징계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과총에 이런 내용의 종합감사처분서를 통보하고 이 회장을 대상으로 과총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을 근거로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도 과총 이사회도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과총의 당연직 이사인 과기정통부의 미래인재정책국장은 2020년 이후 열린 12번의 이사회 중 단 두 번만 참석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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