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상법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주 52시간제 등 강력한 경제·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제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혁신 제한 등 역작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부진을 개선하려면 새로운 규제 도입보다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일 새정부 규제개혁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과 강력한 규제 시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적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대표가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정부 규제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대표는 “한국 경제는 중화학공업과 첨단 제조업으로 성장했으나 이후에는 기존 제조업 중심으로 현상 유지만 하며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저성장 원인은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려운 경직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규제가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지는데다 만들어진 규제는 강화돼, 기업이 변화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기 어려워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고질적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파급력이 큰 '큰바위(Big Rock)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표적 큰바위 규제로 △AI 기본법 △주 52시간제 △상법개정안 △노동유연성 관련 규제 △중대재해처벌법 △벤처투자 관련 규제 △개인정보보호법 △금산분리·공매도 등 자본시장 관련 규제 △상속세·증여세법을 손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일 개최한 새정부 규제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정부가 규제법안을 발의하면서 규제를 개혁한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며 “입법상의 규제법안 발의를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회에서 1만500건 법안이 발의됐고 이 중 규제법안은 3282건에 이른다.

그는 “정부가 AI 산업 육성에 100조원 투자를 계획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깨진 독에 물붓기”라며 “데이터를 규제하면서 데이터 산업 양성 계획을 밝히고,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하라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한국경제의 대전환과 혁신성장을 이루려면 제도개선과 규제개혁이 답이 될 수 있다”며 “규제도 융합이 필요한 만큼 국무조정실의 규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기존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광역 시·단위의 메가 샌드박스로 실질적 효과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경제6단체는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소속 위원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추진 의지가 강력해 7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이 크다. 경제6단체는 상법개정안에 이어 노란봉투법이 강행되면 기업 경영환경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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