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내정' 소식에… 與 최고 "신뢰 힘든 분"
金 불쾌감 피력… "제안에 응했을 뿐, 유치하다"
이진숙 '논문 표절' 논란엔 "도둑질 비슷" 질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홍인기 기자
이재명 정부의 미국 특사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 특사로) 안 가도 그만"이라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여당 일각의 반대 기류와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솔직하게 얘기하면, 대통령실에서 특사 얘기가 나와 여러 생각을 한 뒤 '좋다'고 응답했다. 그 이후엔 더 이상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응답했으니까 '가 달라'고 하면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땐 안 가면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특사 파견과 관련,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김종인은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한 데 대해선 "하는 짓이 유치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안 가면 그만인데, 뭐 대단한 것이라고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고, (이재명) 대통령한테 텔레그램 문자를 보내는 소행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에둘러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먼저 미국 특사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쪽(대통령실)에서 요구 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을 미국 특사 중 한 명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7일 한국일보 보도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틀 후인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회의 도중 이 대통령에게 "김종인 위원장은 신뢰하기 어려운 분"이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뉴시스 사진기자 카메라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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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 미국 특사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낙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0710170005323)
더불어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재명 대통령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해당 최고위원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과거에 내가 민주당 비대위원장 할 적부터 그 사람 후원회장도 한 7년 가까이 해 줬다"고 언급했다. 또 "나한테 여러 가지 불만이 많으니까 그런 것 같다"며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했다. '일련의 논란에도 미국 특사에 임명되면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내가 간다고 그랬으니까, 거부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우선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과 관련, "보좌관들하고 의원들 사이의 마찰은 항상 있을 수 있다"며 "(갑질이 실제 있었는지, 얼마나 심했는지 등을)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선 "학문의 세계에서 표절이라는 것은 결국 남의 학문을 도둑질한 것과 비슷하다"며 날을 세웠다. 김 전 위원장은 "(표절) 문제가 있는 분이 과연 교육부(의 장관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런 과오를 가지고 장관이 됐을 때, 대통령에게 얼마 만큼 누가 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유한 셈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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