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솔연애’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남자와 여자가 마치 선을 그은 듯 나눠 앉아있다. 침묵을 깨는 말 한마디가 너무 버겁다. 공기는 이상하리만치 무겁다. 용기를 내 꺼낸 말에 불분명한 음성이 달라붙지만,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이하 ‘모솔연애’)의 첫 만남 장면이다.
누구에게나 첫 만남은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이성을 편히 대할 수 있다면 긴장을 풀어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태솔로만 모인 ‘모솔연애’는 다르다. 침 삼키는 소리만 꼴딱꼴딱 들린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에 메시지조차 희미한 문장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사라진다. 이성과 소통이 쉽지 않은 사람에겐 익숙한 광경이다.
‘모솔연애’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30년 가까이 연애를 못한 남녀 11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떻게 이 외모가 연애를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려하다. 서인국, 이은지, 강한나, 카더가든까지 총 네 명의 메이커스들의 조언을 받았고, 다양한 메이크오버 과정을 거쳐서다. 훈남이고 훈녀다. 다만 안을 들여다보면 왜 ‘모솔’인지 쉽게 납득이 간다.
하나 같이 짧은 말 한 마디 건네는 것도 어렵다. 마음이 드는 사람을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아주 조금 마음을 열고 황급히 수줍어한다. 다가가서 말 한 두마디만 붙여도 ‘나한테 관심있나보다’라는 생각을 할텐데, 아무도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남자들 중엔 여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구나”라는 추측까지 이른다. 매우 서툴게 말하고 오해하게 행동해놓고 “대화를 잘 했다”는 착각에도 빠진다. 그래도 밉지 않다. 혹시나 ‘민폐 끼칠까’란 두려움에 나오는 신중함은 답답함과 귀여움을 동반한다.
‘모솔연애’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화가 일어났다. 남녀 모두 큰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첫 인상 투표 너 뽑았다”고 하면서 그간 마음에 두고 있었음을 표현했다. 고백을 받은 사람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풋풋하고 순수하게 피어나는 설렘과 긴장이 ‘모솔연애’가 관전 포인트다.
갈등을 겪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 땐 모두가 고장났다. “나도 너를 알고 싶어, 그런데 다른 사람이 더 관심 있긴 해”라며 적절히 넘어갈만도 한데, “난 다른 사람만 관심있다”는 뉘앙스로 선을 그어버리기 일쑤다. 감정과 양심에 충실하다 자신에게 마음을 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연애를 모르던 시절 누구나 경험할 법한 어긋나는 순간이 ‘모솔연애’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모솔연애’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이 들면 오열과 눈물의 사죄가 이어진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인물의 성품을 가늠하기 좋은 척도인데, ‘모솔연애’의 출연자들은 모두 자신보다 타인을 더 챙기려는 마음을 가진 게 엿보인다. 다만 그 배려있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할 뿐이다. 일종의 인간관계 ‘오답노트’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마음이 예쁘다보니 큰 갈등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편한 점도 있다.
네 패널의 역할도 크다. 다른 데이팅 프로그램은 혹시나 출연자가 다칠까 비판이 조심스러운데 반해 ‘모솔연애’는 너무 분명한 실수들이 있다보니 공격이 화끈하다. 웃음이 쉼 없이 터진다. 카더가든의 활약이 유독 빛난다.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헤어린다. 고수들의 눈에는 순수한 마음이 투명하게 비치기 때문일테다.
‘모솔연애’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배려 가득한 사람들이 만드는 ‘모솔연애’는 동화처럼 편안하고 맑다. 국내에선 일주일째 1위다.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도 반응이 좋다. 차고 넘치는 데이팅 프로그램의 빈틈을 정확히 찾아낸 장수 프로그램의 등장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