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부위원장 퇴임후 비상임위원도 임기만료
증선위 5인→3인, 제재심 민간위원 15명→8명
금융감독당국 조직개편 지연 여파에 인사공백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불공정거래 조사 등 주요 자본시장 사안을 심의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축소 운영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법령상 증선위는 5인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김소영 전 금융위 부위원장의 퇴임 이후 후임 인선이 지연되고, 회계 전문가인 비상임위원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서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증선위와 호흡을 맞추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도 위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자본시장과 금융권 감독의 핵심 절차 곳곳에서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개편 확정안 발표를 미루면서 주요 인사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3인 체제로 휴지기 맞이한 증선위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박종성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증선위 비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났다. 박 교수는 회계 전문가로 2022년 증선위 비상임위원으로 선임됐으며, 이달 11일 열린 임시회의를 끝으로 공식 업무를 마무리했다. 현재 그의 후임은 위촉되지 않았다.

증선위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와 기업회계 감리, 자본시장 관리 감독 등 주요 이슈를 심의하는 합의체다. 현행 금융위 설치법에 따르면 증선위는 금융위 부위원장(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위원은 금융·증권· 회계·법률 분야의 전문가 중에서 금융위원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김소영 전 부위원장이 지난 5월 퇴임한 이후 이윤수 상임위원이 위원장 역할을 대행 중이다. 여기에 박 위원까지 임기를 마치며 현재 증선위는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2명 등 총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증선위는 법적으로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해 회의 개최 자체는 문제가 없다. 지난 16일에 열린 증선위도 3명의 위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부정거래 건과 메리츠화재 전임 사장의 미공개이용행위 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과거 유사하게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논의가 지연된 전례가 있어,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한 달의 휴지기 이후에도 공백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심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019년 4월 김학수 당시 상임위원이 금융결제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비상임위원 2명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증선위는 3인 체제로 잠시 운영됐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건과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건 등 주요 안건이 회의에 상정됐지만, 위원들은 "증선위원이 보강된 뒤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보류했다. 

금융감독조직 대수술에 인사 지연

금감원의 핵심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 역시 공석이 상당수다. 제재심은 금융회사 및 직원에 대한 제재사항을 논의하는 합의체다. 이달 초 일부 민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제재심 위원 수는 기존 15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금융당국 내 심의·자문기구의 운영 차질은 정부의 조직개편 지연과 맞물려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 해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새로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금감위가 부활할 경우, 과거처럼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겸직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독립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면 금융회사에 대한 일부 감독 권한이 이관될 수 있다. 

금융당국 조직 체계와 직위 구성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정부가 개편안의 큰 틀을 확정하기 전까지 수장 인사와 함께 심의기구 운영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대수술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돈다. 당국 관계자는 "부처의 고위급 인사가 멈춘 상태"라며 "때가 되면 인사가 적절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