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제곱미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현실적이라서 더 무섭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공포는 이제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84제곱미터’다.
영혼까지 박박 끌어 올려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집값이 올라 재미라도 볼 줄 알았더니,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월급으로는 대출 이자도 갚기 빠듯하고, 집값은 나날이 최저가를 갈아치운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있으니 다행인데, 갑자기 아랫층에 사는 사람이 층간 소음 때문에 힘들다며 원성이다.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집에 있을 시간도 없는데 층간 소음 주범이 나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이제 아파트 주민 전체가 나를 의심한다. 모두를 미치게 하는 층간소음, 누가 시작했을까.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는 앞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현실적인 소재로 독특한 스릴러 연출을 펼쳐 주목을 받았던 김태준 감독의 두 번째 스릴러 영화다. 여기에 배우 강하늘 서현우 염혜란 등이 힘을 보탰다.
영화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인 주거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의 층간 소음 갈등을 스릴러 장르로 풀어냈다. 또한 ‘영끌족’의 현실, 자가와 전월세 간의 갈등 등 현대 사회의 주거 문제를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극에 사실감을 더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김태준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이 스릴러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적절히 완화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긴장만으로는 자칫 피로해질 수 있는 전개 속에서 완급 조절을 통해 관객과 밀당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의 긴장감은 상당 부분 배우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팽팽히 조였다가 절묘하게 풀어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밀도 있게 끌고 가는 핵심 동력이다. 우성을 연기한 강하늘은 단단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빚을 갚기 위해 되려 더 큰 빚을 지게 되고, 결국 단 하나 남은 집마저 뺏길 위기에 처한 인물의 ‘웃픈’ 처절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또한 염혜란은 특유의 존재감으로 입주민 대표 은화를, 서현우는 묘하게 불편한 아우라의 진호를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두 사람 모두 극의 긴장감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특히 후반부 절정 부분에서 강하늘을 비롯해 염혜란, 서현우가 빚어내는 광기의 연기쇼가 단연 압도적이다.
다만 영화는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살짝 방향성을 잃고 폭주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왔지만, 후반부로 향할수록 이야기의 개연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 현실적 소재에서 출발했음에도, 갈등의 수위와 전개가 과도하게 과장되면서 이야기의 개연성이 흐트러진다. 물론 이마저도 현실에 있을 법하지만, 극단적으로 올린 이야기의 수위가 되려 현실성을 잃은 것이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현실성이 흔들리며 산으로 향할 위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스릴러 장르로서 꽤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극단적인 설정 속에서도 관객의 몰입을 끝까지 붙잡아 둘 수 있었던 건, 결국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덕분이다. 이번 여름을 완벽히 책임질 만한 수작은 아니지만, 볼 이유는 충분한 ‘84제곱미터’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84제곱미터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