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김예성 ‘경제 공동체’ 정황 담긴 판결문 확인해보니
김씨 운영 투자사, 10여 년 전 K사에 투자 손실 후 상대 약정금 소송 진행
재판 중 ‘추가 계약’ 공문 발송...투자사 주소지 IMS모빌리티와 같아
(시사저널=이태준·김현지 기자)
(왼쪽)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와 (오른쪽)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 10여 년 전부터 금전적 도움을 준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가 운영한 투자사 측이 과거 K사와의 투자 계약 건에서 손해를 입고 소송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K사로 하여금 코바나컨텐츠와 계약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골자다. 이로 인해 성사된 전시회는 실제로 코바나컨텐츠의 이름을 업계에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의문을 낳고 있는 김씨의 투자사는 최근 '집사 게이트'의 중심에 선 업체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와 같은 주소지에 위치해 있었다. 또 조아무개 IMS모빌리티 대표가 김씨의 투자사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사실상 '한몸'처럼 움직인 정황이 나타났다. 김씨가 윤석열 정부 시절 IMS모빌리티를 통해 대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일부를 빼돌렸다는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투자원리금 물어내" 소송 상대에 역제안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씨가 대표로 있던 로버스트어드바이저리(이하 로버스트, 현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 측은 지난 2013년 12월 약정금 소송 상대인 K주식회사 측에 '향후 두 건의 공동투자를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로버스트는 당시 "향후 1년간 두 건 이상의 공동투자가 성사됨을 전제로 공동투자기간 동안 이 사건 공동투자계약과 관련해 이자를 포함한 어떤 형태의 법적 책임도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공문에 담겼다. 투자원리금과 이자 등을 물어내야 하는 대상인 K사 측과 재판이 진행되자마자 '추가 계약'을 제안한 셈이다. 이후 K사는 실제로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전시회를 진행했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소송의 배경이 된 건 일본 공연이다. 이와 관련한 두 건의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로버스트는 앞서 2013년 4월 K사, S 유한회사와 일본 공연과 관련한 공동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인터베일리 주식회사(이하 인터베일리)는 로버스트의 투자계약 5일 후 로버스트의 투자자 지위를 인수했다. 로버스트는 투자자 지위를 넘긴 직후인 2013년 5월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공연 예정일은 2023년 9월17~19일이었다.
인터베일리는 계약서에 근거해 2013년 4월~7월 31억9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공연은 예정일 직전 무산됐다. K사와 S사가 투자자 모집과 대출 등 투자금 추가 조달에 실패한 게 이유다. 그러자 인터베일리는 2013년 9월 K사와 S사 측을 상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건은 곧바로 법정으로 갔다. 당시 투자계약서에는 "S사는 투자일로부터 2023년 11월30일까지 연 복리 7%를 적용한 이자를 합한 금액(이하 회수보장금액)을 일본 공연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적으로 투자자에게 상환할 것을 보장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런 재판 과정에서 인터베일리 투자를 관리한 로버스트가 되레 K사 측에 '추가 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피고 신분의 K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K사가 주최한 계약 중에는 '점핑위드러브(Jumping with love)' 사진전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 《라이프》지 표지 사진을 100번 넘게 찍은 라트비아 태생의 미국 유명 사진작가 필립 할스만의 사진전으로,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했다. 전시회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김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 업체 도이치모터스 등도 이 전시에 협찬했다. 이 전시는 업계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코바나컨텐츠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K사 측 결국 코바나와 전시 진행
법원은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15년 5월 인터베일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K사는 2015년 6월 투자원리금과 지연손해금 등 34억1200여만원을 인터베일리 측에 지급했다. 로버스트가 얽힌 여러 건의 계약에서 손해를 입은 K사에서는 '책임론'이 들끓었다. K사 노조는 "석연찮은 사업 추진 경위와 불리한 계약 체결, 지금까지도 미궁인 돈들의 사용처 등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반발했다. 재판부조차 인터베일리의 약정금 소송에서 "K사가 이사회 의결을 거쳤어야 했다"고 일부 문제를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K사는 2016년 8월 계약 당사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사건의 중심에 놓인 로버스트는 지난 2011년 6월 설립됐고 2013년 K사와의 계약 시점과 맞물려 사명 등 등기를 변경했다. 2020년 4월 국세청 사업자 과세유형 조회 결과 '폐업자'로 조회됐고, 2023년 4월 완전히 청산 처리된 것으로 나타다. 회사 주소지는 IMS모빌리티의 현 위치와 동일하다. 조아무개 IMS모빌리티 대표는 앞서 시사저널에 김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조 대표가 로버스트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다. 로버스트의 투자 관리를 받은 인터베일리(2010년 설립) 역시 2013년 상호명을 바꿨고, 2019년 11월 폐업 처리됐다.
핵심 인물 김예성씨는 과거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와 인연이 닿은 건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과정을 함께 밟으면서다. 김씨는 김 여사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감사로 재직하며 주요 전시 유치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김씨는 2013년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의 도촌동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후 지인들로부터 '김건희 동생'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0년대 자동차 렌탈 업체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 창업에 관여했고, 2023년 6월 사모펀드를 통해 대기업과 금융사 등의 투자금 184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 중 46억원은 이노베스트코리아가 가진 IMS 지분(구주)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다만 김씨 아내인 정아무개씨가 이노베스트의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김씨 소유 차명회사에 돈을 넘긴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IMS모빌리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별검사(특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지낸 2016~22년에도 6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IMS모빌리티는 또 국정농단 특검팀에 관용차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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