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측근' 정모 천무원 부원장
특검 출범 전 미국행... '출금' 안 돼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
특검, 통일교 측에 자진귀국 설득
김건희 특검이 통일교를 전격 압수수색한 18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아래부터), 천승전, 천정궁박물관 모습. 뉴시스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 정모씨가 특검 출범 전 "가족 간병 문제로 일시 출국한다"며 미국으로 출국 후 귀국하지 않은 점을 파악하고 귀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정씨가 한 총재 지근거리에서 통일교 현안을 살핀 핵심 인물로 보고 그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인 정씨가 특검 출범 전 출국해 현재까지도 귀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정씨는 통일교에서 '넘버2'로 통하는 핵심 실세다. 2016년 무렵부터 한 총재 비서실장을 맡아 수행과 의전을 총괄한 최측근이기도 하다.
앞서 건진법사·통일교 관련 수사를 해온 서울남부지검은 한 총재를 출국금지했다. 당초 정씨를 포함해 최고위 간부들도 출국금지 조치됐으며 지난달 초 정씨가 배우자 간병을 위해 허가를 받고 미국에 출국했다고 알려졌다. 통일교 측도 그가 가족 문제로 일시 출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가 출국금지 상태도 아니었으며 특검이 이달 초 출범하기 전 이미 출국해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팀은 통일교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정씨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통일교 측에 정씨 귀국을 설득하면서 향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정씨의 도피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서울 용산구 통일교 본부, 마포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유지재단 이사장실·재정기획국·총무국 등과 함께 통일교 지휘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한 총재뿐 아니라 전직 세계본부장 윤모씨, 중앙행정실장 겸 세계본부장 이모씨, 한 총재 비서실장 정씨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가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윤씨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전씨를 징검다리 삼아 김 여사에게 통일교의 여러 현안에 대한 청탁과 함께 6,000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1,000만 원 상당의 샤넬가방 2개 등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윤씨가 통일교 윗선의 지시를 받아 금품과 청탁을 전달한 것인지가 규명 대상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한 총재와 정씨 등 간부들의 600억 원어치 미국 원정 도박 의혹과 관련해 전씨를 통해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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