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사외이사 구성 살펴보니
625명 중 46%가 ‘현직 교수’ 겸직
교수 중에선 10명 중 8명이 ‘인서울’
사외이사 중 교수 비중 16년새 2배
등록금 동결에 대외활동 강화 움직임
교육·연구 활동 소홀 우려도 나와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대학 재정난으로 학내 처우가 수년째 정체되자 기업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현직 교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등 ‘인서울’ 대학 소속의 경영·경제·법학 전공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1분기까지 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162개사의 사외이사 구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625명 중 현직 교수를 겸하고 있는 인원이 전체의 287명(45.9%·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2개 기업에서 동시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들은 36명이었다.
30대 그룹 사외이사 겸직 교수 소속 대학별 비율 [통계=리더스인덱스]
이들 대다수는 SKY를 중심으로 한 ‘인서울’ 대학 교수들이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속한 교수들은 전체의 85.7%를 차지했다. 소속 대학별 사외이사 수는 △서울대 70명 △고려대 37명 △연세대 25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20명 △한양대 15명 △중앙대 14명 △서강대 11명 △성균관대 9명 △이화여대 8명 순이었다.
30대 그룹 사외이사 겸직 교수 소속 전공별 비율 [통계=리더스인덱스]
30대 그룹이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전공은 상경계열 또는 법학으로 나타났다. 소속 전공별 사외이사 수는 △경영학 120명 △법학 29명 △경제학 24명 △전기·전자공학 12명 △기계공학·컴퓨터공학 각 6명 순이었다.
현직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등록금 동결로 학내 처우가 제자리걸음을 시작한 2009년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났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이 시작된 2009년 상장법인 사외이사 중 교수 비율은 21.8%였다. 올해 1분기 기준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중 45.9%가 현직 교수였던 것과 대비된다.
대학들의 재정 압박이 수년째 이어지는 동안 학내 처우도 제자리 걸음을 하자 교수들이 고액 보수가 보장된 사외이사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2021년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2173만원으로 2011년 9791만원에서 24.3% 인상됐다. 같은 기간 국내 근로자 연봉 인상률 평균은 59.0%였다.
사외이사 자리는 저연차 교수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분위기다. 대다수 대학이 근속 기간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호봉제를 택하고 있어 연차가 낮은 젊은 교수들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잇는 사외이사직을 선호하는 것이다.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300대 상장사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5859만으로, 국내 대학들의 교수 평균 초봉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의 사외이사 겸직이 활발해지며 본업인 교육과 연구 활동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교수들의 사외이사 진출이 활발한 일부 학과에선 겸직 활동으로 인해 학생들을 위한 강의·지도 시간이 줄거나, 학회 활동이 기업 일정에 종속된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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