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서울시립과학관 '독성시대 IN 과학관' 리딩 사이언스 현장
16일 오전 서울시립과학관 3층 하늘마루홀에서 진행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리딩 사이언스'에서 양가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석사과정생이 'ToxMix: 제품 속 혼합물, 독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논문의 효능: 기초 개념 정리, 최신 정보에 먼저 닿는 데 도움,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에 도움, 혈액순환, 다이어트에 도움…'
16일 오전 서울시립과학관 3층 하늘마루홀 발표 화면에 '논문의 효능'을 설명하는 그림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의를 맡은 양가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석사과정생은 "SNS나 유튜브에서 얻는 정보는 편향,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논문은 신뢰성이 있는 출처에 기반해 정보를 보고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최신 과학의 원본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석사과정생은 "논문을 읽다 보면 비판적 사고력, 정보 해석력, 전문가와의 소통력을 키울 수 있어 정보화 시대에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논문을 더 찾아보고 싶은 분들은 나의 관심 영역과 내가 이해 가능한 영역이 겹치는 부분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은 서울시립과학관과 협업해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8월 20일까지 총 3번에 걸쳐 '리딩 사이언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독성과학에 관한 논문을 해설하고 질의에 답변하는 무료 강의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화학물질, 독성물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독성시대 IN 과학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날 강의는 'ToxMix: 제품 속 혼합물, 독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세제, 락스 등 일상에서 쓰이는 생활화학제품은 각각의 제품 안에 수십에서 수백 종류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서로 다른 화학물질은 체내에 들어왔을 때 반응을 일으켜 각 화학물질이 가진 독성과는 다른 독성을 나타낸다. 서로의 독성을 상쇄하기도 하지만 독성이 더 강해지는 상승작용(Synergism)을 일으키기도 한다. 1+1이 2보다 커지는 셈이다.
혼합독성은 일반 시민들의 건강과 밀접한 연구 분야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독성의 상승작용 사례 데이터도 충분치 않고 다양한 상승 작용의 구체적인 메커니즘 파악도 부족하다. 서울시립대 연구팀은 환경부 과제로 생활화학제품에 있는 물질 데이터를 모아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조합을 파악하고 이를 규제에 반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시민들이 읽은 논문은 2023년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게재된 김선미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팀의 '인체 간세포주 HepG2 및 발광박테리아를 활용한 유기인계 난연제와 그 혼합물의 독성 스크리닝'이다.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독성실험을 수행해 21개의 혼합물 조합 중 2개에서 상승작용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다.
16일 오전 서울시립과학관 3층 하늘마루홀에서 진행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리딩 사이언스'에서 시민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소개할 논문을 직접 선정했다는 양 석사과정생은 "한글로 쓰여 있으면서도 실험방법 등 기초적인 내용이 알기 쉽게 설명된 논문을 고른 것"이라며 "논문 저자인 김선미 박사는 혼합독성 전문가로 저희 연구실과도 교류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강의 중간중간 인쇄된 논문에 필기를 하고 발표 자료를 사진으로 찍기도 하는 등 집중력을 적극 발휘했다.
양 석사과정생은 강의에서 "지금까지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규제는 개별 물질 중심으로 해 왔는데 여러 화학물질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혼합독성의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며 "각 물질이 기준보다 낮게 함량되더라도 여러 물질이 만나 안전 기준보다 높은 독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혼합독성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의 말미에는 '숙제'도 나갔다. 양 석사과정생은 "강제성은 없다"면서 생활화학제품 안전포털인 '초록누리'를 소개했다. 그는 "사용 중인 제품을 안전하게 쓰고 있는지 점검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해외직구 제품 중 안전 기준을 벗어난 제품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오전 서울시립과학관 3층 하늘마루홀에서 진행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리딩 사이언스'에서 양가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석사과정생이 'ToxMix: 제품 속 혼합물, 독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강의가 끝난 후에는 시민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논의가 이어졌다. 한 참여자는 "오늘 살펴본 연구에 있는 성분들은 집먼지에서 나온 것 같은데 이런 성분들이 주로 어떤 화학제품에서 발생하는지조차 아직 알 수가 없나"라며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의 부재를 꼬집었다.
다른 참여자는 "정부가 만든 안전기준에 안심하지 말고 어린이, 환자가 있는 집에서는 다른 기준을 들어 건강을 스스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화학물질 저감 우수제품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등 시민들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로마 테라피스트로 일한다는 참여자는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등 일반 시민들도 계기가 생기면 화학물질 독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을 함께 진행한 김현우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박사과정생은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대두된 게 2011년이고 관련법이 나온 게 2019년"이라며 "이해관계가 많기 때문에 규제 반영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같은 연구자들이 실험결과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답변했다.
과학관 관계자는 "정책 반영은 단순하지 않은 문제"라며 "연구자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그들의 연구성과를 시민들이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희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과학관은 2021년부터 메타버스 기반의 환경독성 교육 게임 '알쓸생독' 프로젝트, 오프라인 프로그램인 '독성이 알고 싶다', 과학관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대학 연구실' 참여 등을 통해 과학 소통 활동을 이어 왔다. 올해 독성시대 IN 과학관 프로그램을 통해 규모를 대폭 늘렸다.
최 교수는 "관람객들은 낯설고 복잡한 용어보다 자기 삶과 연결된 구체적인 사례에 더 깊은 반응을 보였다"며 "학생과 연구원들은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면서 과학을 어떻게 정확하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은 과학 소통 훈련의 장이자 연구자 정체성을 확장하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5668/JEHS.2023.49.2.89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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