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슬롭에 서버비 급증…윈윈관계인 크리에이터에 칼 빼들어
한국서도 "폭우에 경복궁 물에 잠겼다" 가짜 영상 논란

영상 생성 AI 도구 만든 디디 재판 관련 딥페이크 영상들(커뮤니티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구글·메타가 인공지능(AI)으로 저품질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온 크리에이터들의 돈줄을 끊으며 제재에 나섰다.

'AI 슬롭'(AI slop)으로 불리는 콘텐츠(저품질 영상·딥페이크 등)를 생성한 사람들의 광고 수익을 차단해 서버 비용을 줄이고 플랫폼 신뢰도 유지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23일 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이달 중순부터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 수익화 정책을 개편해 △AI 음성으로 대량 생산한 동영상 △슬라이드 이미지 나열 영상 △AI 이미지·음악 등의 기계적 조합 콘텐츠를 게재하거나 반복 게재 시 조회 수 등에 따른 광고 수익을 제한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만든 모든 콘텐츠가 수익 제한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제한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는 "제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콘텐츠들이 제재를 피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모호한 규정을 정해 개별 콘텐츠에 맞춰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도 페이스북 내 '비창의적 콘텐츠' 단속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반복적으로 타인의 텍스트·이미지·영상을 재사용하거나 사칭 계정 운영 시 수익 창출을 제한한다.

구글·메타가 '윈윈 관계'(콘텐츠가 많을 수록 수익 증대)를 형성한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상대로 칼을 뽑게 된 배경으론 AI 영상 생성 도구의 보급 이후 AI 슬롭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상 생성 도구가 일으킨 컴퓨팅 수요 폭증에 따른 IT 인프라(서버·GPU·전력 등) 비용 증가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튜브필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유튜브 구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채널 50개 중 8개는 AI 생성 영상을 올린 채널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 래퍼 디디(Diddy)의 재판 관련 가짜 영상들이 26개 채널을 통해 막대한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현지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뤄졌다.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폭우 관련 경복궁·물개·홍수 등 가짜 영상(영상 갈무리)

한국에서도 최근 내린 폭우와 관련 일부 유튜버가 '경복궁이 물에 잠겼다' '물개가 수영한다' 등의 가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해 논란이 됐다. 영상은 구글의 '비오3'(Veo3)를 활용해 만든 영상으로 현재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구글은 인간의 창의적 개입 없이 AI 등으로 자동화한 콘텐츠는 수익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구글 등이 향후 크리에이터들에게 '개인의 기여'와 '창의성'을 명확히 증명하도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메타 등의 수익 제재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며 "AI로 대량 생산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기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온 크레에이터들의 의욕을 꺾어 버리는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용어설명>

■ AI 슬롭
AI 슬롭(AI Slop)은 인공지능(AI)이 대량으로 생성한 저품질 콘텐츠가 온라인에 버람하면서 정보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Slop이란 단어의 본래 뜻은 찌꺼기다.

■ 딥페이크
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AI)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AI를 이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영상·음성 등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ouTube Partner Program·YPP)은 크리에이터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식 제도다. 채널의 성장 단계에 따라 수익화 기회를 부여하고 광고 수익 분배·팬 후원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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