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1370광년 거리의 원시별 관측 결과
주변 원반에서 최초의 광물 형성중

칠레에 있는 대형 전파망원경 알마(ALMA)로 촬영한 원시별 ‘HOPS-315’. 주황색은 나비 모양으로 퍼지며 별에서 멀어져 가는 일산화탄소, 파란색은 가느다란 일산화규소 제트다. 이런 기체 바람과 제트는 원시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는 우주를 부유하는 가스와 먼지 구름이 응축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자체 중력이나 외부 충격에 의해 응축이 시작되면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밀도가 높아지다가 안쪽 중심의 덩어리는 원시별이 되고, 주변의 가스와 먼지는 납작한 원반(원시행성계 원반)을 형성한다. 원시별은 중심 온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핵융합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별로 성장하고, 원반의 가스와 먼지 입자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덩어리(미행성체)를 이룬다. 미행성체 중 무거운 물질은 안쪽에서 암석형 행성(지구형 행성), 가벼운 물질은 바깥쪽에서 가스형 행성(목성형 행성)으로 성장해 중심별과 함께 하나의 행성계를 이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이지 실제 우주에서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모습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과학자들은 대신 태양계 형성 초기의 잔해인 운석 연구를 통해 태양계의 기원을 조각조각 끌어모으고 있다. 

과학자들이 태양계 역사가 시작되는 기준 시점으로 삼는 물질은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에서 발견되는 칼슘과 알루미늄이 풍부한 ‘비휘발성 함유물’(CAIs)이다. 이 광물은 방사성 연대 측정 결과, 45억6700만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에 1000도가 넘는 고온의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가장 먼저 응축된 고체 물질로 밝혀졌다. 

천문학자들이 지상과 우주의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태양계 밖 먼 우주에서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가 형성되는 순간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와 미국 퍼듀대 공동연구진은 나사(미국항공우주국)의 제임스 웹우주망원경(JWST)과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칠레 대형 전파망원경 알마(ALMA) 합동 관측을 통해 1370광년 거리에 있는 원시별(어린 별) ‘HOPS-315’ 주위의 가스 원반에서 고체 광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이 별이 행성 형성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걸 뜻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태양 질량의 절반이 조금 넘는 이 별의 나이는 10만~100만년으로 추정된다.

원시별 HOPS-315 주변에서 뜨거운 가스가 어떻게 고체 광물로 응축되는지 보여주는 그림. 일산화규소 기체 분자가 고체 규산염으로 응축되는 모습을 묘사했다.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고체 광물의 출현은 행성 형성의 시작

연구진은 오리온자리에 있는 이 원시별 주변에서 결정질 규산염 광물을 발견한 이후 이 천체에 주목해 왔다. 이 광물이 행성 형성 초기의 신호로 보였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별의 경우 별에서 분출되는 물질이 원반을 가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별에선 다행히 군데군데 틈새가 많아 가스 원반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제임스웹망원경으로 광물의 화학적 특징을 분석하고, 알마 망원경으로 광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별 주변 물질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원반에서 따뜻한 일산화규소(SiO) 흔적을 발견했다. 발견된 곳은 태양~지구 거리의 2.2배 거리에 있었다. 이는 태양계에서 화성~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연구진은 또 발견된 규산염 광물에도 일산화규소가 풍부하며 별 원반의 중앙 부분이 매우 뜨겁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제 막 가스가 고체로 굳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는 행성계 형성 시작 단계의 물질인 ‘비휘발성 함유물’(CAI)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고온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증거다.

이번 발견은 이 별의 뜨거운 중심부가 별을 둘러싸고 있는 암석을 증발시켰고, 그 증발된 가스가 식으면서 응축돼 행성 형성 광물이 됐다는 걸 시사한다. 별 주변에서 광물이 쌓이는 것은 행성 형성의 시작점에 해당한다.

원시별 HOPS-315에서 일산화규소(SiO) 제트가 날아가는 모습.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태양계에서 일어났던 일 탐구할 기회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서 비휘발성 함유물(CAI)을 직접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프레드 시슬라 시카고대 교수(지구물리학)는 논평 논문에서 “일산화규소 가스는 약 1030도 온도에서 규소가 고체 광물로 응축되기 전에 존재하는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원시별에서 확인된 가스와 입자는 수십억년 전 태양 성운에서 비휘발성 함유물(CAI)이 형성됐을 때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라이덴대 멜리사 맥클루어 교수(천문학)는 “이 뜨거운 광물은 원반에서 물질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첫번째 원료”라며 “이는 행성 형성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우리 태양이 불과 10만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이런 과정을 겪었구나’라고 곱씹어볼 수 있게 해주는 발견”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저자인 퍼듀대의 메럴 판트 호프 교수는 “이번에 본 것은 우리 태양계가 막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라며 “이 항성계는 우리 태양계에서 일어났던 과정을 실제로 탐구할 수 있는, 우리가 아는 한 최고의 항성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Refractory solid condensation detected in an embedded protoplanetary disk,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9163-z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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