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7월22일 07시29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우리나라 의사들이 손재주가 뛰어난데 왜 일본 제품만 써야 하나 싶었습니다. 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인데 의료산업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였죠. 그래서 의사인 제가 의사들이 쓰기 편한 기구를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가 지난 17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제공= 파인메딕스)

전성우 파인메딕스(387570)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 주력 제품들 허가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자신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의사가 직접 만든 내시경 기구

전 대표는 현직 소화기내과 의사이자 교수로, 2009년 파인메딕스를 창업했다. 파인메딕스는 해외 제품 일색이던 소화기 내시경 시술기구 분야에서 국산화의 선봉에 섰다.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침흡입술에 사용하는 생검용 기구 ‘클리어팁’을 포함해 6개 제품군, 23개 제품, 234개 양산 모델을 자체 개발·생산해 현재 51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파인메딕스는 내시경 시술에 필수적인 나이프, 주사침, 스네어, 생검용 겸자까지 내시경 수술의 전 주기에 필요한 기구들을 상용화했다. 무엇보다 의료 현장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게 파인메딕스 강점이다.

전 대표는 “‘고객 피드백이 들어오면 즉시 반영한다’는 것이 회사의 모토다. 특히 빠른 AS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필요한 작은 부품을 직접 구하러 다니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마우스피스나 스네어 같은 비교적 단순한 제품부터 빠르게 상용화하면서 조기에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파인메딕스 매출은 100억원, 영업손실은 3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클리어팁은 파인메딕스의 해외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유럽 통합규격인증마크(CE)를 받아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5월에는 고주파 전류로 혈관을 지져 지혈하는 내시경 지혈기구 ‘클리어 헤모글라스퍼’도 FDA 승인을 받았다. 현재까지 FDA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은 11개에 달한다.

파인메딕스의 주력 제품 ‘클리어팁’.(사진= 홈페이지 갈무리)

내시경 ‘급성장’ 시장서 승부 자신

파인메딕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과 중국,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는 4분기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형 박리술용 나이프의 품목허가가 전망된다.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 시술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출시 전부터 학회와 전시회에서 일본 의료진의 주목을 받으며 게임체인저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은 ‘내시경 종주국’으로 불릴 만큼 내시경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력을 갖춘 국가다. 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서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클리어팁을 포함한 2개 제품의 품목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시경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글로벌 주요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 중이다.

미국에서는 오는 8~9월 클리어팁 2세대 제품 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현지 유통사와의 계약을 논의 중이다. 클리어 팁 2세대는 초음파 내시경 세침흡인술 때 사용하는 일회용 조직 채취용 시술 기구다. 기존 우수한 흡인력과 장착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의료진의 손에 최적화된 인체공학 설계와 향상된 내구성·흡인성을 적용해 사용자 중심의 혁신을 구현했다.

전 대표는 “중국은 최근 5년간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내시경 시술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며 “이번에 승인이 기대되는 제품들의 시장 규모는 미국의 경우 2000억~3000억원, 중국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파인메딕스의 목표 매출은 120억~150억원이며, 지난해 기록한 소폭 손실(2919만원 이하)을 올해는 흑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2018년 중국 염성시에 설립한 2900㎡ 규모 생산 공장이 원가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전 대표는 “내시경 시술 기구는 일회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가격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며 “중국 공장을 활용해 향후 내수 수출에 대응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실제로 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 중이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23년 기준 파인메딕스의 주요 제품군별 국내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나이프 17.6%, 스네어 6.7%, 인젝터 7.1%, 생검용 포셉 5.6%, 클리어팁 1.7%로 집계됐다.

파인메딕스가 주력하고 있는 글로벌 내시경 시술기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26년까지 내시경 시술기구 전체 시장은 약 125억 달러(12조5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파인메딕스의 주력 분야인 용종 제거와 생검 부문은 각각 약 1조8860억원, 2조937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부문을 합친 시장 규모만 약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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