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10%포인트 대폭 하향
철강·알루미늄 관세 50% 유지
일 알래스카서 LNG 합작 투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각각 15%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일본은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과의 협상 타격을 미국과 협상 중인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23일 NHK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일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면서 미국이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모두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일본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고, 일본에 상호관세 15%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보다 1%포인트 올린 25%로 예고했으나 이번에 10%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상호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일본은 자동차와 트럭, 쌀 및 특정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일본 대미 무역 흑자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문 관세율은 15%로 결정됐다. 4월부터 적용해온 자동차 관세 25%를 절반 수준인 12.5%로 인하한 뒤, 여기에 기존의 2.5% 관세를 추가해 최종적으로 15%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기존 50%가 유지된다. 일본 정부는 그간 미국을 상대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해왔지만, 이번 협상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절 들어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관세 협상의 쟁점이었던 쌀과 관련, 기존에 협상을 타결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대미관세를 낮추지 않고 미국 쌀의 수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산 쌀 수입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제도의 틀 안에서 필요한 쌀을 확보할 것이라며 "틀 안에서 미국산 쌀 조달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연간 약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그중 주식용은 최대 10만t가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물량을 초과해 쌀을 수입하려면 ㎏당 341엔(약 3200원)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교도통신은 "주식용이 되는 중립종 쌀 수입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알래스카에서 미국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위한 합작 사업 등도 약속했다. 다만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 역시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무역합의가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킬 것은 지킨 다음에 미일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추진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에서 그런 합의가 이뤄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일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에 따른 거취 판단과 관련해서는 "합의 내용을 잘 살펴보지 않으면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8월 하순까지 퇴진을 표명한다는 의향을 굳혔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9일 남은 상황에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미국 워싱턴DC에 입국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주 미국을 찾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한국에 24%의 상호관세율을 통보했다. 현재 아시아국가 중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미일 무역합의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무역 합의는 한국에도 압박으로 작용해,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오는 8월 1일까지 일본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인 15% 관세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기게 됐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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