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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초청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7.2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워싱턴 로이터=뉴스1

일본이 미국에 760조원 규모의 투자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약속하고 관세 15%를 받아내면서 통상당국의 고심이 깊어진다. 일본의 협상카드와 유사하거나 더 좋은 제안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미 투자규모나 농산물 개방 등은 모두 정부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 통상 관련 고위급 인사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다음달 1일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의도다.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은 오는 25일 미국측과 '2+2 협의'를 진행하며 김 장관과 조 장관 등도 각각의 카운터파트너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당국은 일본과 미국의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약 76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자동차·트럭·쌀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일본과 역사상 가장 큰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 협정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인도네시아와도 잇따라 협상이 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양국 무역합의 소식을 발표했다. 필리핀은 관세율을 20%에서 19%로 1%포인트 낮추는 대신, 미국산 상품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했다. 군사 협력도 합의에 포함됐다.

인도네시아는 관세율을 기존 32%에서 19%로 낮추는 대신 미국산 물품에 대한 무관세 수입을 받아들였다. 또한 미국의 항공기와 농산물, 에너지 등을 수입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관세를 32%에서 19%로 낮추는 대신, 미국의 항공기·에너지·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일부 품목은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앞선 협상 타결 사례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공통적으로 관세율 인하의 대가로 농산물 시장 개방과 군사적 협력, 대미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해소라는 명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요구안은 정부 입장에선 대부분 받아들이기 곤란한 것들이다. 군사 부문에서 미국은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외교·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 섣불리 응하기 어렵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역시 민감한 이슈다. 특히 쌀은 우리의 주식이자 식량안보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전면 개방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다. 농민단체의 강한 반발도 부담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논외로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내세우는 카드는 제조업 협력과 대미 투자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공장 신설 등 투자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국이 일본 수준의 투자를 기대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일본이 제시한 760조원은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2549조원)의 약 30%에 해당한다. 올해 정부 예산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한국이 동일한 규모의 투자를 제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과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참여 등이 검토 대상이다. 에너지 수입은 미국과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카드로 거론된다. 알래스카 가스 개발은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뿐 아니라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위한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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