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적발 반년만에 징계…윤리특위 상설화 '무용지물'
음주운전 공무원은 중징계, 지방의원은 '솜방망이'

울산시의회는 23일 제258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홍성우 시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공개 회의에서의 경고'로 최종 의결했다. 사진은 5분 자유발언에 나선 홍성우 의원.(울산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홍성우 울산시의원이 가장 낮은 수위의 '경고' 징계를 받았다.

공무원이 무면허 운전을 하면 중징계를 받지만,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쳐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 운전 사실 의회에 2년간 숨겨…'무면허 적발' 반년 만에 징계

울산시의회는 23일 제258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홍 시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로 최종 의결했다.

이성룡 의장은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향후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의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022년 8월 시의원 당선 한 달여 만에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 사실을 2년간 의회에 알리지 않은 채 무면허 운전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1월 12일 경찰에 적발됐고, 사건 발생 이틀 뒤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와 당 윤리위원회의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홍 의원에 대한 시의회 징계 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지난 2월 21일 검찰이 홍 의원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고, 그제야 홍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이 의장 직무대리 직권으로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다.

'상설화'된 윤리특위는 징계 회부 이후 3개월간 열리지 않았고, 급기야 시민단체가 천미경 윤리특별위원장을 직무 유기로 검찰에 고발하자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회의가 열렸다.

타 시도의 경우 본회의에 회부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윤리위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울산시의회 규정에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음주 운전 공무원은 중징계…지방의원은 '솜방망이'

우여곡절 끝에 징계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이나 타 지방의회 사례와 비교했을 때 홍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솜방망이'라는 평가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가지다.

윤리특위는 홍 의원의 음주 운전은 배제하고 무면허 운전만 다룬다는 명분으로 가장 낮은 수위의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앞서 '공개 사과'를 권고했지만 이보다도 낮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울산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에 적시된 징계 기준에는 음주 운전은 경고, 공개 사과, 출석정지 등을 적용할 수 있지만 무면허 운전에 대한 징계 기준은 없다.

반면 일반 공무원이 음주 운전 후 면허 취소된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할 경우 ‘정직’이나 적어도 ‘감봉’ 처분을 받게 된다.

경기도의회 등의 징계 기준에는 음주 운전이나 범법행위를 했을 경우 제명까지도 가능하다. 전날 대구 남구의회는 음주 운전 방조 혐의가 있는 정재목 부의장을 만장일치로 제명하기도 했다.

"다수당 제 식구 감싸기" 비판…울산시의회 징계, 이번이 '두 번째'

지방의회에서 동료 의원에 대해 중징계 의결을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윤리특위 위원들의 소속 정당 수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임기가 끝난 윤리특위의 경우 민주당 소속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은 홍 의원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징계안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재석 의원 21명 중 국민의힘 소속 1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의 중심이라는 대구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울산 국민의힘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결국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시민연대도 논평을 내고 "공무원은 강등될 사안인데 선출직 공직자는 여전히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홍 의원이 속한 정당에도 공직윤리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의회 개원 이후 의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9년 제2대 울산시의회에서 폭행 혐의를 받는 시의원에 대한 윤리특위가 열려 30일 출석정지가 내려졌다.

이후 5대 1번, 7대 4번 등 총 5번의 징계위 회부는 있었지만, 의원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회의가 열리지 못해 모두 폐기 처분됐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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