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업에서 AI 리더로…생태계 확장 기여
NC AI, LLM 바르코 시리즈로 기술·개방성 인정
크래프톤, SKT컨소시엄 합류…LLM 아키텍처 설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036570)와 크래프톤(259960)이 본업인 게임을 넘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맞붙는다.

정부가 ‘국가대표 AI’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게임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AI를 게임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AI 기술 자체를 개발하고 글로벌 연구 생태계에 기여하는 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AI 3대 강국’ 비전 실현을 위한 핵심인 소버린 AI 확보 프로젝트에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엔씨에이아이(NC AI)가 주관기관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크래프톤은 SK텔레콤(017670) 주도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NC AI는 서울대·카이스트 등과 연합을 이뤘으며, 크래프톤은 SK텔레콤 컨소시엄 내에서 포티투닷·리벨리온·라이너·셀렉트스타 등과 협력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LLM(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은 단순 AI 활용 기업이 아닌, 자체 모델을 직접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30B(300억 파라미터) 이상 모델 직접 구축 경험 △서비스 적용 및 고도화 역량 △상업적 오픈소스 공개 의지 등 3가지 기준이 핵심 평가 항목으로 꼽힌다.

이런 조건에서 NC AI는 ‘기술력·실전성·개방성’ 세 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AI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온 국내 게임업계 최장수 AI 조직 보유 기업으로, 지난 2월 독립 자회사 NC AI를 출범시켰다. 자체 개발한 LLM ‘바르코(VARCO)’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바르코 비전 2.0은 LLM을 넘어 시각과 청각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멀티모달 AI로 확장됐고, 이미지 이해, 표·차트 분석, 시각적 질의응답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는 등 비전-언어 모델(VLM)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 성능(SOTA)으로 인정받았다. 또 17억 파라미터 규모의 경량 모델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도 구동할 수 있어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PC 등 온디바이스 환경에 적합한 LLM으로 주목받고 있다.

NC AI는 핵심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으며, 스타트업·개발자·중소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 기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NC AI는 “앞으로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지속적으로 공개해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장려하고 사회 전반의 기술 활용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강화학습(RL)에 기반한 AI 에이전트 기술을 배틀그라운드 등 자사 게임에 실제 적용하며 실전성을 확보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협업을 통해 LLM 벤치마크 모델 ‘오락(Orak)’, AI 컨트롤러 ‘스마트 조이(Smart Zoi)’ 등을 공동 개발한 경험은 게임 특화 AI 기술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크래프톤의 딥러닝본부는 작년에만 AI 논문 20편 이상을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등 최상위 학회에 게재하며 연구 역량을 증명했고, 현재까지 누적 1000억원 이상을 AI 분야에 투자해 전문 인력 확보와 기술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크래프톤은 AI 모델부터 인프라·서비스·데이터로 이어지는 ‘풀스택 AI’가 특징인 SK텔레콤 컨소시엄에서 멀티모달 LLM 아키텍처 설계를 맡아 핵심 기술 파트너로 참여한다. 크래프톤은 이 기술을 자사 게임 개발에 접목하는 것은 물론 국내 게임·미디어 업계 전반이 AI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구축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IT 업계 중 게임사들이 가장 먼저 AI 기술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라며 “AI 인력을 집중적으로 충원하고 전담 기업을 설립하는 등 노력한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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