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2천억원…아시아 승부처 부상
노보·릴리, 병·의원 마케팅 경쟁 불붙어
위고비 국내서 최대 40% 가격 인하
마운자로 용량별 가격차별화에 대응
미국서는 마운자로가 위고비 넘어서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로이터 = 연합뉴스]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혈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1라운드는 일라이릴리가 승기를 잡은 모양새지만, 다음주 한국 시장에서 벌어질 2라운드를 앞두고 양 사 모두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들어갔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국내명 마운자로)’가 출시가격을 낮출 기미를 보이자 노보노디스크도 즉각 위고비의 용량별 공급가를 최대 40% 낮추며 맞불을 놓았다. 한국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이지만, 여기서 밀리면 자칫 아시아 시장을 다 내주게 된다는 게 양 사의 시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국내 의약품 유통사 등에 위고비 공급단가를 낮춰 용량별 차등 가격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위고비(4주분 펜 주사기 1개 기준) 출고가는 37만2000원으로, 약국에서는 40만~60만원대에 판매돼왔다. 출시 초기에는 품귀를 빚으면서 일부 의원과 약국에서 70만~80만원까지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정으로 초기 투여 용량인 저용량(0.25㎎) 공급가가 최대 42% 인하돼 21만6000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유통·약국 마진을 고려해도 환자의 약값이 월 20만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른 용량도 10%가량 인하될 예정이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한국 비만 환자들의 치료 지속성과 접근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위고비 출고가에 차등 가격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 연합뉴스]

위고비의 가격 인하는 이달 셋째 주 출시될 예정인 마운자로가 용량별 ‘가격 차별화’ 전략을 들고나온 데 따른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마운자로의 2.5㎎(4주분) 출고가는 28만원으로, 위고비 출고가 37만원보다 약 25% 낮다. 유지 용량 5㎎은 위고비와 비슷하지만, 향후 도입될 7.5㎎·10㎎ 고용량은 50만원을 넘어 위고비보다 40% 이상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격은 저용량 기준으로 20만~30만원대에 형성될 전망이다. 출고가는 제약사와 유통사 간 계약가격으로 이후 유통 마진이 붙는다. 비만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제품이어서 처방 병원과 공급 약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도 유통사의 공급 물량과 유통망 등에 따라 다르고, 유통 마진이 붙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은 20만~30만원대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40~50개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격적인 영업망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보령 등 국내 주요 제약사 출신 영업사원을 대거 영입했으며 확보한 인력을 바탕으로 병의원 대상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위고비의 영업·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자체 영업 인력 확대는 물론 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와의 공동 판촉 체제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이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2라운드 경쟁이 한창이다. 올해 2분기 젭바운드 매출은 33억8100만달러(약 4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172% 급증하며 위고비(약 4조2000억원)를 처음 추월했다.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매출(약 7조원)까지 합치면 두 제품의 2분기 실적이 일라이릴리 전체 매출 중 30%를 차지했다.

위고비는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67% 늘었지만, 젭바운드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경쟁 약물의 시장 침투가 빨라지면서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최대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는 마운자로의 한국 시장 출시를 양 사의 아시아 전략을 가늠할 ‘테스트베드’로 보고 있다. 외모와 체중 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고 비급여 고가 치료제에 대한 수용성도 높은 만큼 초기 처방 확산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젭바운드가 위고비를 추월한 만큼 국내에서도 양 사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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