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프로당구 PBA 투어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젊은 3쿠션 기대주’ 모리 유스케(31·에스와이)는 앞에 놓인 트로피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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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는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3차투어 ‘올바른 생활카드 NH농협카드 PBA-LPBA 채리티 챔피언십 2025~26’ PBA(남자부) 결승전에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을 세트스코어 4-3으로 눌렀다.
그의 품 안으로 큼지막한 우승 트로피와 상금 1억원이 들어왔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 트로피를 어떻게 일본으로 보내지”라는 순수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우승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모리에게는 더 특별하다.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일 정도로 얼굴에 미소가 떠날줄 모르는 모리는 당구선수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적부터 큐를 잡았다.
하지만 모리가 당구를 시작했을 때 일본 당구계는 빠르게 쇠퇴하고 있었다. 특히 3쿠션은 더욱 그랬다. 일본에서 당구선수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을 목표로 삼았다. 17살이던 2010년 한국에서 당구유학을 한 데 이어 20대 중반 나이에 2021년 프로당구 PBA에 본격 뛰어들었다.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뒤따랐다. 성적도 기대만큼 나지 않았다. 2년 전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4년이 지났다.
모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우승을 하지 못해도 계속 문을 두드렸다. 그 사이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하게 됐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이루면서 꿈을 이뤘다.
모리는 능숙한 한국어로 “우승을 아깝게 놓쳤던 기억이 꿈속에 나올 정도로 생생했다. 심지어 잘 때도 머리속에 떠오를 정도였다”며 “이번에 드디어 목표를 달성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모리는 PBA 무대에서 우승한 최초의 일본 선수가 됐다. 과거 ‘일본 3쿠션 대부’로 불리는 고(故) 고바야시 노부아키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우메다 류지 이후 명백이 끊겼던 일본 당구계의 경시다.
모리는 “일본 당구계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번 우승이 일본 당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한다”며 “일본 남자 선수가 이런 세계적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년 넘게 없었던 일”이라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모리는 함께 PBA에서 활동하는 김준태, 김영원 등 비슷한 또래의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주변의 도움 덕분에 생활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성적 부진이 가장 힘들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모리는 “팀리그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상금 1억원으로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모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렇다할 큰 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그에게 1억원은 정말 큰 돈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생각한 뒤 대답은 재미있었다.
모리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솔직히 일본 여행을 제대로 해 본적이 없다”며 “오키나와나 홋카이도 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어 “우선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옆에서 도와준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목표를 묻자 모리는 웃으며 말했다.
“계속 우승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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