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라이드나워 구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총괄
"VC들 AI에 돈 쏟아붓지만 유망한 소수에 집중
일부 스타트업은 시드투자만 받고 수익화 직행
계속 대규모 확장하는 '메가 딜' 추진 흐름도
AI 에이전트는 기회…사업 시작하기 좋은 시점
챗GPT 프롬프트만 조합한 AI 기업은 구별해야"

맷 라이드나워 구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총괄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취재진에게 구글의 스타트업 투자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엽 특파원

"일부 기업은 시드(초기 단계) 투자를 받고 벤처캐피털(VC) 자본을 조달하지 않고 수익화로까지 나아가고 있고, 다른 일부는 대규모 확장을 추진하는 '메가 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맷 라이드나워 구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총괄은 최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트렌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구글의 한국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게임 개발사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미국 진출 전략을 강연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디자이너 출신이다. 2021년까지 글로벌 디자인 기업 IDEO에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이끌다 이듬해 구글에 입사해 스타트업·엑셀러레이터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 펀딩 지형이 급변한 계기로 인공지능(AI) 열풍을 꼽았다. 그는 "AI는 우리 생애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며 "오픈AI를 떠난 사람들이 세운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 싱킹머신스랩 등에 '메가 라운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각각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미라 무라티가 세운 두 기업은 지난 2분기에 20억달러씩을 투자받았다.

AI 열풍은 투자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AI 열풍은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있는 동시에 '품질 추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VC)들이 AI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지만 '뛰어난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유명 엑셀러레이터 출신인지' 등을 엄격히 따져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시드 스트래핑"이 현지 스타트업 업계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후속 펀딩 없이 수익화 단계까지 안착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와 함께 일부 기업들은 "계속해서 대규모로 확장하는 초대형 거래를 추진하는 흐름이 나타난다"고 라이드나워 총괄은 설명했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AI는 물이 들어와 배를 들어올리듯 헬스케어, 의료, 법,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라며 "각 산업에 맞춘 AI 에이전트는 엄청난 기회이자 성장 트렌드"라고 짚었다. 그는 "만약 5년 전에 회사를 시작했다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점에 기업을 시작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맷 라이드나워 구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총괄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한국 창업자들에게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엽 특파원

다만 AI 붐 이후 탄생한 이른바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무조건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구글 엑셀러레이터에서 일한 일부 기업은 5년 이상 기업을 운영하며 얻은 통찰력이 있고 고객과 사용자들을 쌓아왔다"라며 "이는 하루 아침에 복제하기 쉽지 않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AI 스타트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라이드나워 총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단순히 챗GPT 프롬프트(명령문)와 몇 가지 다른 것을 조합해 제품을 만들어냈는지, 혹은 정말 독특한 기술을 개발했는지 구별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구글은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클라우드, 각종 언어를 즉석에서 통역하는 '캠브AI' 등을 후원하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통해 구글의 오픈웨이트 대규모언어모델(LLM) '젬마'을 구동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라이드나워 총괄은 설명했다.

이렇듯 구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단순 수익화를 넘어 크롬, 유튜브, 클라우드 등 넓은 구글의 정보기술(IT) 생태계에 결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찾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라이드나워 총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구글의 인재와 프로그램, 제품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