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과 호평의 역주행,
왜 스크린은 역주행하지 않나
(MHN 홍동희 선임기자) 지난 주말, 용산의 한 영화관에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팝콘과 콜라를 들고 나타났다. 119명의 시민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보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영화관 나들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낳으며 꺼져가던 영화의 불씨를 되살리는 강력한 '흥행 신호탄'이 되었다. 하지만 이 뜨거운 관심과 호평 뒤에는, 한국 영화 시장의 씁쓸한 민낯을 보여주는 기이한 역설이 존재한다.
'독립군'의 역주행은 단순히 '대통령 효과'만은 아니다. 영화의 진짜 힘은, 먼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진심 어린 '입소문'에서 터져 나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와 함께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영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 등 교육적 가치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배우 조진웅의 무게감 있는 내레이션은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했고, 특히 "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분노했던 국민으로서, 이 영화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져 응원한다"는 한 관객의 리뷰처럼, 최근의 역사 논쟁과 맞물려 영화가 던지는 시의적절한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순위는 5위, 스크린은 12위권'…데이터가 보여주는 '역주행'의 역설
하지만 이 뜨거운 관심과 호평 뒤에는 이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영화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연일 오르지만, 정작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데이터에 따르면, '독립군'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에서 시작해 대통령 관람 이후 5위권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스크린 수는 오히려 150여 개 수준에 머무르거나 소폭 감소했다. 순위는 상위권인데, 스크린 수는 하위권에 머무르는 '역주행의 역설'이다.
이는 한국 영화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 중심으로 스크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화제가 되어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한계와 초기 스코어만으로 영화의 잠재력을 예단하고, 더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보고 싶다"는 관객은 넘쳐나지만, 막상 집 근처 영화관에는 볼 수 있는 시간대가 없는 '공급의 문제'가 '수요 부족'으로 잘못 해석되고 있는 셈이다.
'독립군'의 끝나지 않은 전쟁, 이제는 '극장'이다
영화 '독립군'의 진짜 전쟁은 봉오동과 청산리가 아닌, 2025년 대한민국의 '스크린'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극장들은 늘 "관객이 찾지 않아서" 의미 있는 작은 영화들을 걸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립군'은 대통령의 관심과 국민적 호응으로, "우리는 여기 있다"고,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분명하게 외치고 있다.
이례적인 역주행의 기회를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멀티플렉스들이 상업 논리를 넘어 '의미 있는 영화'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할 때다. 이 영화의 최종 스코어는, 단순한 흥행 수치를 넘어 2025년 한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관객과 대통령은 이미 응답했다. 이제는 극장이 답할 차례다.
사진=블루필름웍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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