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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인종차별 논란, '고무줄 원칙'이 자초한 불신의 시대

온카뱅크관리자

2025-12-06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2/06/0000054066_001_20251206040010533.gif" alt="" />조남돈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한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상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div> 심판 판정이 논란이 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판정의 일관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판정의 일관성'이라고 함은 '판정이 규정에 따라서 이루어짐'을 뜻한다. 똑같은 상황인데 A경기에선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B경기에선 골킥을 선언한다. 경기별 다른 판정을 내린 사람이 동일한 심판이라면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도 '원칙에 따른 일관성'이 핵심인 조직이다. 연맹 정관·규정 제6장 상벌 제1조 목적엔 '징계와 포상의 적정한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나와 있다. 징계와 포상의 적정한 시행은 축구계가 정해놓은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상벌위는 전북 현대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코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타노스 코치는 줄곧 인종차별 행위를 부인했지만, 상벌위는 굳건했다.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인종차별 제스처가 맞는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상벌위는 출장 정지 5경기, 제재금 2000만원이란 징계를 내렸다. 전북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연맹 이사회는 이를 기각했다. '상벌위 결정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다. 축구계엔 상벌위의 결정은 물론이고 상벌위 자체를 의심하고 불신하는 이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인종차별 논란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1월 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였다. 타노스 코치는 경기 막판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두 눈에 양 검지를 대는 동작을 취했다. 김우성 주심은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받아들였다. 논란을 키운 건 이후였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가 타노스 코치의 행위를 인종차별로 단정 짓고, 연맹과 대한축구협회(KFA)에 성명서까지 내며 징계를 요구했다. 축구계는 심판협의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판 문제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것을 포함해 지금껏 말 한마디 없던 조직이 속전속결로 움직인 까닭이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가 검지를 가장자리로 당기면서 눈을 얇게 뜨는 행동을 취했고, 이 같은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인종차별주의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Racista)를 반복적으로 쓴 정황 등을 고려해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타노스 코치의 액션은 정지된 화면을 보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렵다. 순식간에 지나갔다. 상벌위는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행위자가 주장하는 의도보다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벌위의 설명은 틀리지 않다. 옳은 말이다. 상벌위는 해야 할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상벌위를 향한 불신과 비판이 멈추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벌위는 원칙을 고무줄처럼 활용해 왔다. 원칙에 따라서 문제를 바라보고 징계를 내린 게 아니라 각종 이해관계를 비롯한 여러 상황을 개입시켜서 문제를 해결했던 적이 상당히 많다. 원칙은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최근 사례만 나열해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광주 FC는 올해 재정건전화 규정을 준수하지 못했다. 광주는 야시르 아사니 영입으로 발생했던 연대기여금 3000달러(약 440만원)를 송금하지 않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지난해 12월 17일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았다. 구단은 이를 5개월이 지나서야 인지했다. 광주는 그 사이 10명의 선수를 영입해 2025년 일정을 소화했다. '프로'에선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적인 대형 실책이다. 광주는 2년 연속 재정건전화 규정을 위반해 상벌위에 회부됐다. 상벌위는 광주에 제재금 1000만원, 선수 영입 금지 1년에 집행유예 3년의 징계를 내렸다. 첫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 사례였다. 이는 승점 삭감이나 강등까지도 가능한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김승희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까지 나서서 광주를 감쌌다. 김승희 이사는 "고의가 아닌 행정적인 착오로 인해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게 되는 부분은 좀 아닌 것 같다"며 "최상위 리그인 K리그의 안정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세금 없인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구단이 절반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K리그는 실업리그가 아니다. 축구에만 집중하는 선수들로 꾸려진 프로스포츠 리그다. 프로에서 규정을 위반했는데 고의가 아니란 이유로 징계를 완화하는 건 코미디 같은 일이다. 지난 6월에는 김포 FC 공격수 박동진이 인천 유나이티드 아벨(스페인) 코치에게 손가락 욕설을 해 논란이 됐다. 박동진은 출전 정지 없이 250만원의 제재금만 냈다. 상벌위는 7월 부천 FC에 3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부천 서포터스가 중국에 있던 시기 발생한 승부조작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손준호를 비방하는 걸개와 구호를 외쳤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5월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에서 발생한 물병 투척 사태 땐 FC 서울의 골문을 지킨 백종범에게 7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백종범이 2 대 1로 승리한 뒤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승리의 세리머니를 한 것을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상벌위엔 백종범이 이날 인천 서포터스석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만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백종범은 저 당시 상벌위 출석 의무가 없었다.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이를 두고서 백종범을 "백종범이"라고 지칭했고, "이는 연맹 디그니티를 무시하는 것" "정신을 못 차린다. 구단이 나서서 이런 짓을 한다"는 등의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2023년 6월에는 K리그 최초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가 열렸다. 울산 소속이었던 박용우·이명재·이규성이 소셜미디어(SNS)에 당시 전북 소속이던 태국 출신 사살락 하이쁘라콘을 조롱하는 듯한 댓글을 남겼다. 상벌위는 박용우·이명재·이규성에게 1경기 출전 정지와 15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울산 구단엔 선수단 관리 책임을 물어 3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는 이견이나 논란이 있을 수 없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이자 잘못이었다. 하지만 상벌위는 그런 행위에 단 1경기 출전정지, 1500만~3000만원의 제재금만 부과했다. 상벌위원장 10년째 같은 사람 상벌위가 내린 판단 가운데 신뢰를 큰 폭으로 떨어뜨린 것을 꼽으라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상벌위는 'K리그에선 심판을 매수해도 팀이 강등되지 않는다'란 인식을 심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전북은 2016년 심판 매수 사실이 드러나 상벌위로부터 승점 9점 삭감과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받았다. 2015년엔 K리그2 소속이던 경남 FC가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며 심판에게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나 상벌위로부터 승점 10점 삭감, 벌금 7000만원이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지금껏 나열한 사례의 모든 결정은 조남돈 위원장 체제의 상벌위에서 내려졌다. 조남돈 위원장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연맹 정관·규정 제6장 상벌 제4조 설치 및 구성 제2항엔 '상벌위원회는 상벌위원장 및 총재가 위촉하는 7인 이하의 위촉직 상벌위원으로 구성된다'고 규정돼 있다. 연맹은 상벌위원장에게 변호사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긴 하지만, '10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단 제5조 위원장 대행엔 이렇게 쓰여 있다. '상벌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후임 상벌위원장이 위촉되기까지는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 상벌위원장이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곳은 K리그가 유일하다. 상벌위의 신뢰성 회복을 고민할 때가 지나도 너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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